![[제공=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1/1648065_660259_430.jpg)
금융위원회가 내달 9개 증권사들의 ‘랩·신탁’ 사태 관련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서 금감원 제재심이 내린 중징계 조치에 대한 감경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올해 신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은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중징계 처분 시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징계수위가 향후 사업 계획에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하나증권과 KB증권으로 시작된 금감원의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 결과 드러난 불법 자전거래 등 혐의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내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확정된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단기자금 시장경색이 오며 촉발된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는 그간 증권업계에서 손실을 메꾸기 위한 편법으로 관행처럼 행해졌던 운용실태라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고 칼을 빼들며 약 1년의 검사가 진행됐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3~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고객 보호를 위한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한 소명이 일부 받아들여진 NH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영업정지 3개월에서 1개월로, 영업정지 1개월에서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가 하향됐다.
금감원은 ‘랩·신탁’과 관련해 선제적 보상조치를 권했으나 이를 이행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SK증권뿐이었고, 이 부분이 제재심 결정에 반영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제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금융위 안건소위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등의 단계로 진행되며, 지난 5일 열린 증선위에서는 제재 수위를 결론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오는 20일 안건소위와 내달 정례회의를 남겨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징계수위는 다소 하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현재 3~6개월로 통보된 ‘영업정지’ 기간 단축이나 한 단계 낮은 ‘기관경고’ 수준까지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보다 낮은 단계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걸려있는 회사들이 많다보니 시장상황을 고려해 영업정지 기간 단축이나 기관경고 정도로 하향해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제재심에서 내려진 징계수위가 두 단계까지 낮춰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신사업 추진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하나증권이 중징계를 받게 되면 올해 1년 연임에 성공한 강성묵 대표의 숙원 과제인 초대형 IB 인가라는 과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2023년 취임한 강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주요 목표로 초대형 IB 인가 및 발행어음 사업을 내세우며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준비해 왔으나 아직 신청서도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금융당국이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1호 IMA 증권사’로 물망에 올랐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신사업 추진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6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신청할 수 있는 IMA 제도를 허용했으나 그간 구체적인 제도방향성을 세우지 않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개선안 논의를 통해 IMA 제도 방향을 구체적으로 세울 계획이라 밝히며 올해 초대형 증권사들은 IMA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기대감을 키워온 바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8조원을 넘는 미래에셋증권(9조7909억원)과 한국투자증권(8조8719억원)이 유력하게 1호 IMA 사업자로 거론돼 왔으나 이들 역시 이번에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신사업 도전이 불투명해졌다.
해당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징계수위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미리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실무 팀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주요 증권사가 다수 징계대상에 걸려있는 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해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