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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작년 말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연금계좌에서 ETF 매수가 증가하며 개인순매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점유율 증가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82조82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31일 퇴직연금 시행 전과 비교해 약 20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이후 최근 3개월간 ETF 시장 규모 증가치는 22조3469억원으로 직전 3개월(7월31일~10월30일) 증가치(8조9655억원)와 비교하면 약 2.5배가 늘었다. 퇴직연금 계좌 이동과 함께 ETF 시장으로의 신규유입에 한층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실제 퇴직연금 실물이전으로 금융권 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추이는 증권사들이 가장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총 7조4084억원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1조원 이상 적립금을 늘렸다.
증권사로의 이동은 ETF를 활용해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려는 가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에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증권사로의 퇴직연금을 이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했던 투자자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수익률 중심으로 실적 배당 상품이 인기를 끌며 연금계좌에서 ETF 상품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렇게 이동한 퇴직연금 고객들이 ETF 시장으로 유입, 시장이 빠르게 팽창되며 개인순매수 비중이 높은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들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수년간 KB자산운용에 이어 4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투운용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 한시적이지만 처음으로 3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3~4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퇴직연금 시행 직전(2024년10월30일) KB운용과 한투운용의 점유율 격차는 0.32%였다면 전 거래일 종가기준 격차는 0.14%로 좁혀진 상태다.
지난해까지 KB운용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의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3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작년 말 결정적으로 한투운용에 3위를 내준 것은 퇴직연금으로 인해 급증한 개인순매수 물량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3개월 간 퇴직연금 계좌에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운용 TIGER 4종목 △삼성자산운용 KODEX 4종목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2종목으로 KB자산운용의 RISE 상품은 20위권 내 단 한 종목만 포함 돼 있을 뿐 10위권 내에는 한 종목도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한투운용 ACE는 10위권 내 2종목, 20위권 내 5종목이 포함되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순매수유입 비중이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가 인기를 얻으며 한층 주목받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개인 투자자들에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는 개인순매수가 가장 높은 ETF로 퇴직연금 계좌 순매수 5위권 내 1, 2, 4위가 모두 TIGER 상품이다.
특히 1위인 ‘TIGER 미국S&P500’은 퇴직연금 뿐 아니라 전체 순매수 규모 1위로 3개월간 자금유입 규모만 2조3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퇴직연금으로 들어온 자금은 8600억원이다.
미국주식이 인기가 있는 만큼 ETF 시장에서도 해외주식 관련 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TIGER와 ACE가 경쟁사 대비 해외주식 관련 특화된 상품들을 많이 선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과 KB운용이 강점이 있는 상품들이 보통 금리·채권·파킹형 상품들이 많은데 반해 미래와 한투운용은 해외주식형 상품이 많다”며 “요즘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라인업들이 상대적으로 미래와 한투운용에 많다보니 개인순매수가 몰릴 수밖에 없고 퇴직연금 수요까지 ETF로 넘어오며 점차 그 규모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연금계좌에서 ETF 시장으로의 신규자금 유입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개인순매수가 높은 운용사들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