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469_662883_317.jpg)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원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보상체계의 변화로 보이지만, 한국 기업 문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준다는 것만해도 고마웠다"는 한 임원의 발언은, 현재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과 미래의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의 의미는 세 가지 차원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첫째, 노동자와 자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임직원이 주주가 되는 것은 단순히 보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됨이 확장되는 과정이다. 주식이 떨어지면 임원의 보상도 감소하고, 주가가 오르면 함께 이익을 누리는 구조는 책임과 권리의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한다.
둘째,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한국 증시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의 상승이 필수적이다. 임직원이 주주가 돼 기업 가치 제고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새로운 형태의 사회계약이다. IMF 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지금은 기업과 임직원이 함께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결정은 단순한 기업 내부의 변화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고까지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은 것처럼,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다만 기술력이 기업 가치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임직원이 주주가 돼 기업 가치 제고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이런 괴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돈은 결국 가치를 따라 움직인다. 국내 기업들이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때,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삼성전자의 결정은 그 첫걸음이다. 노동과 자본의 새로운 계약이 쓰이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기업 생태계의 가능성를 상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