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16 시리즈 [출처= 애플]
애플의 아이폰 16 시리즈 [출처= 애플]

 

애플이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질의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개한 전체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 대리인은 주요 질문에 대해 "클라이언트에 확인해야 한다" 또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는 지난달 개최된 제1~2회 전체회의에서 드러났다.

애플은 알리페이에 카카오페이 이용자의 결제정보와 NSF(자금 부족 가능성 판단) 점수 산출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하면서, 이용자에게 정보의 국외 이전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24억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개인정보위 위원들은 애플의 태도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위원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여기까지밖에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하는 게 피심인으로서의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인정보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는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현장 조사까지 할 수 있지만, 다국적 기업은 다르다"며 "한국 정부가 국외 기업의 본사로 현장 조사에 나선다면 주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국가 간 양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에 주소나 영업장이 없는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의 경우 823만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단 1명의 상시 근무 대리인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기업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한 국내 IT 기업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 준수 수준이나 조사 협조에 대한 성의 면에서 국내와 국외 기업 간의 차이가 있다"며 형평성 있는 규제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규제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신종철 연세대 법무대학원 객원교수는 "해외 기업의 국내 매출이나 수집한 개인정보 규모 등을 고려해 국내 기업과 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개인정보위 조사 거부나 비협조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방안 마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