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 [출처=이남석 EBN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 [출처=이남석 EBN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가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은 한·중(韓·中) 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전(大戰)의 축소판이라 부를만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침체한 시장을 타개할 카드로 떠오른 'LFP'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양국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이날 삼성SDI는 올해 가장 큰 540m2(약 163평) 규모의 부스를 꾸리고 수상작으로 선정된 'LFP+ 플랫폼 소재·극판 기술'을 공개했다. 

LFP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채용해 원가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는 적지만 화재 등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배터리 수명이 긴 편이다. 가격도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 양산에 주력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삼성SDI의 'LFP+ 플랫폼 소재 극판 기술'은 LFP 소재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셀 저항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LFP를 하이니켈과 블렌딩해 기존 LFP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를 약 10% 높였다. 셀 안전성 평가에서 LFP와 동등 수준의 결과를 확보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신규 전해액 첨가제를 적용해 LFP와 하이니켈을 블렌딩 할 때 발생하는 LFP 표면의 부반응을 억제하는 한편, 고전도성 소재를 사용해 셀 저항 증가율도 개선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수상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삼성SDI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미래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LFP+ 플랫폼 소재 극판 기술 [출처=이남석 EBN 기자]
삼성SDI 'LFP+ 플랫폼 소재 극판 기술 [출처=이남석 EBN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삼성SDI와 동일한 규모의 부스를 꾸리고 'LFP 셀투팩(CTP)' 기술을 보란듯이 전시했다. LFP CTP는 무겁고 부피가 큰 LFP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해당 배터리에 모듈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팩의 빈 공간에 배터리 셀을 더 많이 배치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셀투팩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마주한 LFP 셀투팩의 느낌은 '촘촘'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1대 2의(가로x세로) 비율을 토대로 기존 모듈 대비 부품 수와 공정은 간소화하고, 배터리 팩에 탑재한 셀 개수를 최대화하면서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도 자사의 LFP 경쟁력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김 CEO는 행사 개막 전 기자들과 만나 "전시를 보면 46시리즈 제품, LFP, CTP 등 제품으로 많이 리딩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런 것을 활용해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LFP CTP [출처=이남석 EBN 기자]
LG에너지솔루션 LFP CTP [출처=이남석 EBN 기자]

SK온과 엘앤에프도 'LFP' 대전에 뛰어들었다. SK온은 450m2(약 136평) 규모로 꾸린 부스에 '장수명 LFP' 배터리를 전시했다. 또 NCM 양극 소재에서 니켈 함량을 70%로 낮춰 고에너지 밀도의 하이니켈 배터리와 가격경쟁력과 열 안정성을 지닌 LFP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미드니켈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다.

박기수 SK온 연구개발(R&D) 본부장은 LFP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 수주 상황을 묻는 질문에 "개발이 완료됐고 양산을 위해 최대한 스피드업 하는 상황"이라며 "고객 수주 관련해 컨택하고 있고 양산은 고객의 자동차 시장 타이밍을 맞춰야 하기에 그 일정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자사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부스 주요 위치에 'L&F는 국내 및 북미 최초 LFP양극재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LFP 관련 인산화철을 대중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LFP 양극재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엘앤에프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독자적인 LFP 공법 기술을 공개하고,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SK온 장수명 LFP 및 엘앤에프 LFP 관련 인산화철 [출처=이남석 EBN 기자]
(왼쪽부터) SK온 장수명 LFP 및 엘앤에프 LFP 관련 인산화철 [출처=이남석 EBN 기자]

■ 中 BYD·EVE, 부스 전면에 LFP 전시…장점 묻자 "고효율에 안전"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들은 경쟁국 한복판에서 최신 LFP 제품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이자 2위 배터리 제조사인 'BYD'는 원통형 소형 LFP(46120EA) 배터리 모형과 사각형 디자인의 e모터사이클 LFP(72V30Ah/72V24Ah) 배터리를 들고 나왔다. 앞서 BYD는 지난 몇 년간 전기버스와 1톤 전기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1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토3 출시를 계기로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BYD가 이날 선보인 LFP 46120EA 배터리는 공칭전압 3.2볼트(V), 25암페어아워(Ah) 배터리 용량, 450g의 무게를 자랑했다. 소형인데다 무게도 적어 오토바이와 삼륜차 등에 탑재되기 제격이었다. 전기 오토바이에 사용되는 72V30Ah LFP 배터리는 2208Wh의 공칭에너지와 30Ah의 배터리용량으로 구성됐다.

BYD 관계자는 "BYD LFP 배터리는 표준 제품으로 고효율이 강점"이라며 "케이스도 강철로 제조해 안정성 역시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업체 제품 대비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BYD 관계자는 "회사마다 제품의 장단점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들은 매우 좋은 경쟁자"라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 9위인 'EVE'도 인터배터리에 최초로 참가해 LFP 기술력을 뽐냈다. LF125P, LF105, LF304, LF125H 등의 제품을 연달아 나열하면서 참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외에도 원통형 LFP 배터리 C33, C40, C46P 등을 공개하고 다양한 LFP 라인업을 선보였다.

EVE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한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우리는 LFP와 NCM처럼 다양하고 다른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국 배터리 업체들이 LFP 기술력 확보에 공을 들이는 데는 높은 시장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SNE리서치는 LFP 배터리 시장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33%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27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688개 배터리 기업에서 2330개의 부스를 조성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8.8%, 22.8% 늘어난 규모다.

(왼쪽부터) BYD LFP 및 EVE LFP [출처=이남석 EBN 기자]
(왼쪽부터) BYD LFP 및 EVE LFP [출처=이남석 E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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