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비상경영 목적이 상장을 앞둔 '사전 구조조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출처=무신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255_674181_2046.png)
무신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1분기 실적이 내부 목표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제 목적은 상장(IPO) 계획에 맞춘 '사전 구조조정'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15일 박준모 대표 주재로 열린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날 박 대표는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직 효율화와 사업 구조 슬림화를 예고했다. 1조2427억원의 매출과 102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성과를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실적 부진 대응으로 보지 않는다. 고평가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방어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리빌딩(재건) 수순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무신사는 과거 외부 투자 유치 당시 조 단위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유니콘급 기업이다. 하지만 커머스 업황 둔화와 성장 속도 저하로 인해,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IPO를 추진하더라도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고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현 시점에선 수익보다 성장에 기대는 플랫폼 기업들이 공모가 하향 압박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강행할 경우, 프리 IPO 투자자들의 엑시트 기대 수익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상경영 자체가 시장 기대치를 조정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연막'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무신사가 기대 이하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 체제'를 선언함으로써, 시장 반응을 완화하고 프레임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비상경영 선포 후, 조직 효율화와 손익 개선을 거쳐 다시 상장을 시도하는 구조조정 루트가 흔하게 나타난다.
무신사 역시 사실상 상반기로 계획했던 IPO 일정을 비공식적으로 잠정 연기하고, 비상경영을 기점으로 '구조 개선 → 실적 반등 → 적정 시점 IPO 재개'의 수순을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비효율 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비상경영 선언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무신사라는 브랜드가 향후 10년을 어떻게 재정의할지를 결정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PO 일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기존에는 '언제 상장할 것인가'에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구조와 전략으로 시장에 나설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 2분기 실적마저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무신사는 보다 근본적인 사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자회사 정비, 브랜드 전략 전환 등이 뒤따를 수 있으며, 이는 사실상 상장기업 수준의 리빌딩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비상경영은 단기 실적 대응보다는 장기적 투자 전략 재정비 차원이고 이 시기는 상장을 재설계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무신사의 이번 결정은 상장 계획을 포기했다기보다, 다시 짜겠다는 전략적 재정비 선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