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 공자 정문 앞에 붙은 현수막.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310_678849_313.jpg)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옆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정문을 지나자 금호타이어 관계자가 다가와 조심스레 마스크를 건넸다. “현장에서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마스크를 건넨 직원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간 생산량의 50~60%를 담당하는 이 공장은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께 발생한 대형 화재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이번 화재로 공장 직원 1명과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은 여전히 참담했다. 불에 탄 원자재 제련동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건물은 이미 3분의 1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간 1200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었던 공장의 기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웠다.
굴삭기 두 대가 투입돼 무너져 내린 구조물을 철거하는 한편, 혹시 모를 재발화에 대비해 소방대원들은 인근에 대기 중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화재 당시 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 건물 중심부를 철거하며 확산을 막는 방식으로 진화에 나섰다”며 “붕괴 위험이 큰 상황이라 현장 조사나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비가 동원돼 화재가 발생한 공장의 건물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310_678850_546.jpg)
■ 지역사회 피해 최소화 총력…환경 영향 예의주시
금호타이어는 이번 화재 이후, 지역사회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전사적 대응에 나섰다.
광주공장 인근 소촌동, 송정동, 도산동 지역에는 매일 살수차를 투입해 도로 분진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필요 시 장비 추가 확대도 고려하고 있으며, 일일 작업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쉬는 날 없이 계속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임직원들도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인근 아파트, 어린이집, 상가 등을 중심으로 분진 청소와 쓰레기 수거를 진행 중이다. 총 35명, 5개 조로 구성된 봉사단은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투입 가능한 체계를 갖췄다.
또 공장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 보호를 위해 마스크 2400개를 배포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살수차를 동원헤 광주광역시 일대의 분진 등을 청소하고 있다. [출처=금호타이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310_678852_658.jpg)
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화재 직후부터 드론을 활용한 수질 감시, 대기질 조사, 주민 피해 접수 등을 병행하고 있다. 다행히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진행한 황룡강 일대 5개 지점 유해물질 수질 및 대기질 검사 결과는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물고기 폐사 등 생태계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
화재 초기부터 소방 폐수의 하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우회 배출 조치를 취한 것 덕분이었다.
광주시도 자체 대기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화재 발생 후 5일간의 오염 수치가 2023년 연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이와 함께 지난 19일부터 피해 접수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만 2000여 건의 접수가 이뤄졌다. 주된 내용은 어지럼증, 눈·목 따가움, 피부 발진 등 건강 이상과 주거·차량 분진 피해 등이었다.
![금호타이어 임직원 자원본사자들이 놀이터를 덮인 분진을 청소하고 있다. [출처=금호타이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310_678853_746.jpg)
■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현장 피해 최소화가 최우선”
화재 이후 일각에서는 공장 이전이나 재건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2019년부터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왔고, 2024년에는 전남 함평 빛그린산단 내 50만㎡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와 관련해 금호타이어는 공장 이전 계획과는 별개로 현재는 피해 수습과 지역사회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 공장 부지 용도 변경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아 현실적으로 당장 착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오로지 광주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화재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화재로 인해 불편을 겪은 지역 주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주민들께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장은 멈췄지만, 책임은 멈추지 않았다. 검은 연기 대신 신뢰를 회복하려는 금호타이어의 분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