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 일본의 탄생 l 서의동 지음, 너머북스, 2만6000원 [출처=출판사]
네오콘 일본의 탄생 l 서의동 지음, 너머북스, 2만6000원 [출처=출판사]

세계가 우경화(右傾化)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보수화된 유럽 정치를 분석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트럼피즘(Trumpism)’이란 우경화에 대해서도 짚어보였다.

이웃국가 일본은 또 어떤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명확하고 빠르게 우경화로 접어들었다. 아베 신조(1954∼2022) 전 총리를 중심으로 보수우익 세력, 이른바 '네오콘(Neoconservatives·신보수)’이 힘을 얻고 득세했다.

신간『네오콘 일본의 탄생』은 아베 신조로 대표되는 보수우익 그룹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거침없는 독주가 어떻게 일본 사회를 한껏 오른쪽으로 옮겨놨는지 그 우경화 과정을 대거 해체한다. 대지진이란 비극을 겪은 국가라면 국가의 존재 의미를 본질적으로 각성할 것으로 세계는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은 외려 퇴행(보수)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저자는 경향신문 서의동 저널리스트다. 일본 특파원을 지낸 그는 "오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일본이 주조(鑄造)되던 2011년부터 3년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로서, 일본의 우경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탈냉전 이후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기존 연구를 필자의 관점에서 재정리하고, 특파원 당시 보고 느낀 점들을 반영해 현장성을 살리려 했다.”며 이 책이 탄생해야만 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발견한 일본 대변곡점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이하 3·11)이다. 사건과 사고는 한 사회의 자각과 반성을 가져온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이 대지진 재난 이후 네오콘의 집권이라는 ‘퇴행’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3·11의 원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하지 않은 이유에 저자는 주시했다.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이자 생생한 탐사 보고서다.

이 책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다. 2011년 3·11의 20년 전으로 돌아가 탈냉전기 일본의 위기와 불안, 그 속에서 우경화가 축적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1990년대 탈냉전 이후 일본의 국가 향방을 둘러싼 갈등이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신자유주의→하토야마 유키오의 복지주의 경로를 통과해 아베 신조의 신보수주의로 귀착되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책에 따르면 아베는 일본을 ‘일국 평화주의’국가에서 체스판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저자는 이웃 일본에서 거대하게 펼쳐지고 있는 그 변화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서사를 담아 현재에 당도했는지를 짚어보려는 것이 주요한 집필 동기라 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부터 동일본 대지진 재해를 관통하고 현재에 이른 일본이 이 책의 주된 배경이다. 재해가 남긴 상흔은 일본이 대국주의가 아닌 '작고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됐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2011년 3월 11일 오후 미야기(宮城)현 나토리시(市)의 한 마을이 밀려드는 쓰나미에 잠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2011년 3월 11일 오후 미야기(宮城)현 나토리시(市)의 한 마을이 밀려드는 쓰나미에 잠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저자는 그 어떤 특파원보다 '특별하게' 동일본 대지진 재해를 목격한 편이다. 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닷새째 되던 날 3·11이 발생했고 피폭을 무릅쓰고 4일간 센다이시 쓰나미 취재에 나선다. 이후 3년 동안의 각종 인터뷰, 사진 촬영에 임하며 이 책에 현장성과 생생함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

앞서 서의동 저자는 서울대에서 동아시아사를 공부했고,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일본의 대북한 외교전략과 피해자 국가정체성」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탈냉전 이후 일본과 한반도 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2018),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2020), 『101평화』(2023), 『대혼란의 세상, 희망을 찾아서』(2024․공저) 등을 썼고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2019),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2020)을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네오콘 일본의 탄생』으로 현대 일본의 깊고도 넓은 사회변화를 들여다보는 일은 현재 우리 한국사회의 우경화 경향과 향방을 가늠하는 데에도 또 다른 거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너머북스의‘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아홉 번째 책이다.

▉네오콘 일본의 탄생/ 서의동 씀/ 너머북스/ 가격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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