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T 대표이사 [출처= SK텔레콤]
유영상 SKT 대표이사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로 기업 신뢰도와 시장 점유율 양 측면에서 중대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유영상 SK텔레콤(SKT)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중간고사를 보게 됐다. 전례 없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과 정부 제재 조치가 이어지면서, 그의 위기 대응 능력과 경영철학이 실질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히 ‘AI 퍼스트’ 기조를 내세웠던 유영상 대표의 미래 전략이 정보보안 투자와 보상 재정 부담 속에서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며, 단순한 이미지 회복을 넘어 실질적 생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유심 해킹 사태가 불거진 이후, 유 대표는 위약금 면제, 요금 반값 할인, 데이터 추가 제공 등을 포함한 총 5,00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즉각 발표했다. 동시에 향후 5년간 7,000억 원을 정보보안 인프라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기적 위기 차단 시도는 분명 신속했다. 그러나 업계와 투자자의 평가는 냉담하다. 대신증권은 SKT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7,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수익성 확보 전략 없이 감정적 대응에 치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T 실적은 2025년 하반기까지 지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해킹 대응 비용과 AI 투자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투자의견을 낮췄다. 실제로 5월 기준 SKT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40%를 밑돌았으며, 가입자 유출은 현재 진행형이다.

골자는 유영상 대표가 전략적으로 밀어붙여온 ‘AI 중심 전환’의 동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지난해 “SKT는 AI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았다”고 선언하며,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업, 에이닷 서비스 고도화, AI 반도체 확보 등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번 해킹 사태 이후 최근 위약금 면제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AI 투자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기존 전략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향후 AI 기술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와 속도가 후퇴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SKT의 정보보호 인력은 가입자 100만 명당 15명으로, 통신 3사 중 최저다.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도 37.9억 원으로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다. AI 전략을 지속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정보보안 신뢰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SKT는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양손에 무거운 저울을 들고 있다.

유 대표가 단기적 보상과 중장기 AI 전략을 균형 있게 이끌 수 있는가 여부는 SKT의 향후 5년, 나아가 ICT 산업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객과 정부·국회와의 투명한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 회복의 정치를 풀어가야 한다. 둘째, AI 투자 축소 없이 보안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동시다발적 투자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셋째, 이탈 고객을 되돌리고 신규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은 그 자체로 기업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기술을 이끄는 리더의 의지와 전략,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경영철학이 결합될 때 비로소 미래를 열 수 있다. 현재 유 대표의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SK텔레콤의 AI 중심 도약은 그의 리더십이 위기를 어떻게 지나쳐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위기와 기회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T의 본격적인 신뢰도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과제는 아직도 잔류 중”이라며 “미래의 발생할 비용적 부담을 기업 입장에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실망한 부분을 쉽게 말해 제대로 인정하고 진심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며 “지금 모습은 너무 많은 우려 요소를 두고 계산을 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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