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서울신문]](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515_686170_5647.jpg)
부동산 시장이 거래 회복, 공급 부족, 전세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 빠르게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반등이 본격화된 가운데, 새 정부가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를 다시 꺼내 들자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혼란과 정책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 축소,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 전세 불안이 맞물리며 매매 수요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단기 규제보다 중장기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부동산 시장은 이미 슈퍼사이클에 재진입한 상태"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4개월이 걸렸던 회복세가 이번 사이클에서는 13개월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부터 가격 반등이 시작됐지만 시장 인식은 1년가량 늦은 2024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단기 이동평균선(7주)이 장기 이동평균선(24주)을 상향 돌파하며 '골든크로스'를 형성했고, 강남권에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강남 3구의 상승률은 0.77%로,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0.25%)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 회복세에는 금융 여건도 기여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국고채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5%, 0.75%포인트 인하 시엔 최대 1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회복 흐름의 이면에는 공급 축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4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2027년에는 2010년대 평균 대비 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서초구는 2025~2027년 공급 예정 물량의 39%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각하고, 은평·양천·강서 등 서부권은 사실상 입주 공백 상태다.
착공 물량도 감소세다. 서울 아파트 착공 건수는 2021년 이후 급감했고, 빌라(다세대·연립)의 착공은 2024년 기준 1만 건 이하로 떨어지며 '공급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급 부족은 전세시장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은 매매 전환을 유도하며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전세 사기와 '빌라 포비아'까지 겹치며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의 매매 비중과 거래량 모두 상승세다.
PF시장의 경색도 공급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다. 고금리로 시공비·금융비가 급등하면서, 토지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조다. 김 교수는 "2022년 이후 토지 거래가 끊기며 가격 판단의 기준조차 사라졌고, 현재는 대출 연장을 통해 시간을 버는 국면"이라며 "PF 이자를 후취하는 방식으로 연명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권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불균형 △전세 불안 △개발 여건 악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6월 '6·27 대책'을 통해 다시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 기조로 회귀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전면 차단됐다. 실거주 요건도 강화돼 생애최초 구입자조차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선 대출 한도 초과로 인해 매수 기회가 봉쇄되는 구조다.
김 교수는 "상승기엔 수요 억제, 하락기엔 규제 완화라는 사후 대응식 정책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정책 신뢰는 일관성과 방향성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수요 억제보다 중장기 공급 확대를 중심에 둔 구조적 처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보유세 강화다. 현재 약 0.1% 수준인 실효세율을 미국 수준인 0.3% 이상으로 상향해 실질적인 자산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국공유지를 활용한 대규모 분양시장 개방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수서차량기지, 수색역 부지 등을 민간으로 개방해 공급 기반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한국형 리츠(REITs)' 도입이다. 임대·매입·소유를 결합한 중장기 주거 모델로 실수요자 자산 형성 기반으로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단기 규제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서울 내 공급 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제는 공급을 구조화하고 수요를 유도할 수 있는 체계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