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된 코코아 원두. [출처=연합뉴스]
수확된 코코아 원두.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급등했던 카카오와 커피 원두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조정을 받고 있다.

투기 수요가 줄고 주요 산지의 생산 여건이 개선되면서 수급 균형이 회복세로 접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한때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렸던 원재료 가격 부담이 내년부터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제선물거래소(ICE) 기준으로 코코아 선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t당 8129.2달러(약 1121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고점인 1만2000달러 대비 3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작년부터 시작된 폭등세는 이상 기후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와 투기적 매수세가 겹친 결과였지만, 올해 들어 수요 둔화와 공급 정상화가 맞물리며 반락세로 전환됐다.

미국 내 초콜릿 수요는 최근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제코코아기구는 2025~2026 시즌에 공급 과잉이 200만t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기후 여건이 회복된 것도 가격 안정세에 기여하고 있다.

커피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95.8센트(㎏당 약 8981원)로, 2월 고점(425센트) 대비 약 30% 하락했다. 특히 미국 농무부는 커피 주산지의 작황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은 2025~2026 시즌에 6500만 포대(60㎏ 기준)의 생산이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0.5%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도 같은 기간 6.9% 늘어난 3100만 포대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 여건 개선은 커피 가격을 추가로 누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바로 반영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원재료 매입 시점과 가공제품 출하 시점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롯데웰푸드의 1분기 코코아 평균 매입 단가는 ㎏당 1만5170원으로, 이는 전년 연평균(8718원)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단가는 7235원 수준이었고, 본격적인 가격 반영은 재고가 소진된 작년 말부터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와 커피 원두 가격이 조정을 거치며 중장기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공식품 제조 기업들은 재고 소진 주기를 고려해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소비자 가격에도 일정 수준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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