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모습. [출처=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모습. [출처=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인 구금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공장 건설 작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공장 건설이 조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HL-GA 배터리회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 사태 이후 해당 공사 현장뿐만 아니라 미국 내 주요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가 단속을 우려해 불가피한 미국 출장을 중단하거나 현재 출장자도 서둘러 귀국하는 등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HL-GA 공장을 비롯해 애리조나주 퀸크릭, 미시간주 랜싱, 오하이오 파예트카운티 등에서 4개 지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의 공장 건설은 마무리했으나 장비 관련 기술 인력의 미국 입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실제 공장 가동은 지연될 수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연간 50GWh 규모 배터리 생산 시설에서 하루 생산 손실 시 피해액은 400만달러(약 55억원)에 달한다. HL-GA 공장(30GWh)에 적용하면 하루 33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공사 지연에 따른 금융비 및 고정비 부담 증가, 고객사 신뢰 저하 등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한미 양국의 비자 제도 개선 협의가 조속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10년 넘게 취업 비자 E-4 쿼터 신설을 요구했으나 관련 법안은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명확한 적용 방침을 정해달라는 요구도 미국 내 반이민 정서 탓에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내에서 자국 인력 채용 요구가 커지는 반면 첨단 배터리 장비는 대부분 한국이나 일본산이어서 미국 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구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에 단속 대상이 된 HL-GA 공장은 건물 외부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내부 설비 및 장비 반입 작업이 진행되던 중으로, 구금된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과 일본인 3명 모두 배터리 장비 담당 인력이었다. 한국인 66명을 포함한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156명은 공장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직원의 미국 파견을 위한 조건으로 현지 인력에 대한 훈련을 내건 바 있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비자 절차 개선이 마무리되면 대체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비자 발급과 인력 충원까지 고려하면 공정 재개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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