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 속 즉석밥 수출 급증…원료는 '미국산' 쌀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10.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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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수출 가공식품 국산 원료 비중 31.9%에 그쳐…전문가, 쌀 등 품목별 수출 전문단지 육성 촉구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미국 수출용 쌀 전문단지를 조성하여 미국의 농약 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재배 방식으로 관리하고, 물류 유통 단계를 축소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ebn]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미국 수출용 쌀 전문단지를 조성하여 미국의 농약 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재배 방식으로 관리하고, 물류 유통 단계를 축소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ebn]

최근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즉석밥 수출이 지난 10년간 1309% 폭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출용 즉석밥의 주요 원료인 쌀은 국산이 아닌 미국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출 가공식품에 사용된 국산 농수축산물 비중은 31.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즉석밥 수출 실적은 중량 기준으로 연평균 34.2%, 금액 기준으로는 33.4%씩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수출량은 2100톤에서 29,600톤으로 1,309.5% 급증했다.

수출 금액 역시 640만 달러에서 8540만 달러로 1234.4% 늘었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 2024년 기준 전체 수출 중량의 80.4%, 수출 금액의 76.9%를 차지했다.

해외 수출 실적 상위 기업들의 수출용 즉석밥은 국내산 쌀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인 '칼로스'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주로 저율관세할당물량(TRO)으로 수입한 쌀을 통해 미국 쌀을 조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용 즉석밥에 국산 쌀을 사용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양국의 농약 잔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용이 허용된 농약 성분이 미국 기준으로는 '불검출'이어야 하는 등, 국내산 쌀이 미국의 엄격한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국내 쌀에 잔류 기준이 설정된 175개 농약 중 107개가 미국에서 불검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미국 수출용 쌀 전문단지를 조성하여 미국의 농약 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재배 방식으로 관리하고, 물류 유통 단계를 축소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내산 쌀이 미국 수출용 즉석밥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주무 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조차 K-푸드 수출과 국산 농산물 사용의 연계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T는 지난 9월 'K-푸드 식품 영토 확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행사장에 전시된 부스에는 미국산 쌀로 만든 즉석밥이 전시되어 비판을 받았다.

K-푸드의 성과를 홍보하면서 정작 국산 농산물을 외면하는 모순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의원은 "aT 행사에 미국산 쌀 상품을 전시하는 것은 K-푸드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우리 농산물을 외면하는 정책의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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