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

국내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한영을 제외한 대부분이 ‘컨설팅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회계감사보다 경영 자문·컨설팅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며, 감사인의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삼정회계법인은 매출의 49.75%를 경영 자문에서, 32.46%를 감사에서 각각 벌어들였다.

안진회계법인 역시 자문 비중이 49.09%로 감사(30.38%)의 1.5배 수준, 삼일회계법인도 자문 39.41%, 감사 35.20%로 비감사 부문이 우위를 점했다.

반면 한영회계법인만 유일하게 감사(45.98%)가 자문(40.83%)보다 많았다. 최근 4년간 감사 비중이 소폭 늘고 자문 비중이 줄었지만,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컨설팅이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회계법인 계열의 컨설팅 전문 자회사에서도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삼일의 자문 법인 매출은 3952억 원으로 5년 새 80.9% 급증했으며, 삼정은 291억 원(42.6%↑), 안진은 1519억 원(87%↑), 한영은 3005억 원(179.7%↑)으로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이 감사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현정 의원은 “컨설팅 수익 의존도가 커질수록 감사인이 고객 유지에 매몰돼 ‘자기 검토 위협’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이에 대응해 비감사용역 공시 대상을 네트워크 회계법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공인회계사 윤리기준에 따라, 이익 공유나 브랜드 사용, 품질관리 체계 등을 함께 운영하는 네트워크까지 감사인의 범위로 포함시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회계법인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감사와 자문이 얽히는 구조가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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