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흥 크리스마스 명소”…더현대 서울 ‘해리의 공방’을 가다

“클릭 한 번이면 선물이 도착하는 시대에 선물하는 ‘시간’ 자체를 경험토록 하고 싶었습니다. 손으로 편지를 쓰고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진심이 닿는 연결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3일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정민규 현대백화점 책임디자이너가 올해의 크리스마스 시즌 테마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ël; made with love)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공방, 사랑을 듬뿍 담아’라는 부제를 단 이번 연출은 디지털 시대에 점점 잊혀지는 ‘손의 온기’와 ‘진심 어린 교감’을 시각적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8m 높이의 트렁크와 약 100여 그루의 생목을 중심으로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을 ‘H 빌리지’는 산타와 엘프, 루돌프가 모두 감기에 걸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지 못하자, 곰돌이 해리가 대신 아이들의 편지와 선물을 준비한다는 따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마을은 △산타의 집 △편지 공방 △선물 공방 △포장 공방 △루돌프의 집 등 다섯 개의 코티지 공간과 굿즈 숍 ‘해리의 선물상점’으로 구성됐다. 모든 공간은 중세 유럽의 시골집인 ‘코티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연출됐으며 각각의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입구인 ‘산타의 집’은 해리의 여정을 여는 곳이다. 축하와 축복을 상징하는 포인세티아, 변하지 않는 소중함을 상징하는 루스커스 레드베리로 장식돼 테마의 상징색인 레드와 그린의 의미를 강조했다. 내부는 벽난로와 강아지 키네틱 오브제(움직이는 예술 작품), 낡은 서적과 신발 등으로 ‘여행하는 산타’라는 콘셉트를 표현했다.

‘편지 공방’은 산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편지를 읽고 답장하는 과정’에서 착안한 공간이다. 엘프 복장의 ‘해리’들이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쓰고 있으며 흰 털의 흰수리부엉이가 둥지 위에서 편지를 물고 날아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1000장의 손편지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됐으며 흰수리부엉이는 야행성이며 희귀종으로 산타를 상징하는 은유적 존재로 설정됐다.

올해 연출의 중심 공간인 ‘선물 공방’은 가장 많은 해리 캐릭터가 활동하는 장소다. 호두까기 인형, 장난감, 케이크를 제작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미니어처 기차, 디오라마, 키네틱 아트 오브제와 어우러져 생동감 있게 구현됐다. 장난감 1000개는 전담자가 유럽 각국에서 직접 수집한 빈티지 제품이다.

정 디자이너는 “가장 손이 많이 간 공간이 바로 선물 공방이며 올해 새롭게 제작됐다. 하나하나의 장난감과 오브제, 공간의 배치까지도 직접 고민하며 구성했다”고 말했다. “숫자 1000은 완벽을 상징하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가능한 수치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 시간을 들여 마음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건물 외관은 중세 고딕풍의 삼각형 지붕과 굴뚝, 테라스가 어우러진 목조 코티지 스타일로 제작됐다. 트리 모양을 연상케 하는 지붕 위로는 솔방울 장식이 가득하다. 솔방울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포장 공방’은 선물을 감싸는 래핑 구조를 본뜬 외형 속에 선물상자와 리본을 채워 넣었다. 이 공간 속 선물상자 역시 1000개며 리본은 작업자 10명이 10일간 손으로 직접 묶은 것이다. 정 디자이너는 “기계의 반복이 아닌 손의 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모든 리본을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선물은 내용보다 마음을 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루돌프의 집’은 시나몬, 통나무, 마른 풀, 오렌지 등 자연 소재로 채워진 아늑한 오두막이다. 해리가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공간으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담당한다.

굿즈 숍 ‘해리의 선물상점’에서는 현대백화점 자체기획 ‘2025 크리스마스 에디션 PB 상품’ 60여 종이 판매된다. 대표 상품은 빨간 망토와 모자를 쓴 ‘해리 곰인형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개장 직후 품절돼 추가 제작 중이다. 이 외에도 머그컵, 키링, 엽서, 오너먼트 등 다양한 소품이 판매된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은 매년 ‘해리’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기반의 크리스마스 마을을 선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고립된 마을에 소녀가 열매를 나누는 이야기, 2022년에는 오해와 화해의 메시지를, 2023년에는 실향민 재회의 희망을, 2024년에는 파리올림픽을 마을로 옮겨오는 기쁨의 이야기를 펼친 바 있다.

올해는 압구정 본점, 무역센터점, 김포점 등 전국 점포에서도 각기 다른 형태로 H 빌리지가 연출된다. 김포점은 대형 공간에 맞춰 더 거대한 조형물과 가족 단위 포토존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