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캐스퍼. [출처=현대차]](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955_705092_1849.jpg)
국내 경차 시장이 2년 연속 10만대를 넘지 못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스파크 단종 이후 신차 라인업 공백이 장기화되고, SUV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이탈한 영향이다.
반면 유지비 경쟁력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고차 시장에서는 모닝과 스파크가 판매 1·2위를 차지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일본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인스터)이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경차의 해외 경쟁력은 되레 주목받고 있다.
16일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완성차 5개사의 판매 실적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경차 신차 판매량은 6만4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만2485대보다 27.3% 급감한 수준으로, 올해 연간 판매량은 7만대 안팎에 머물며 역대 최소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현재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레이EV, 모닝 등 4종만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캐스퍼, 2023년 레이EV 이후 신차가 나오지 않으면서 경차 라인업이 3년째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스파크 단종 역시 수요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캐스퍼는 출시 후 매년 3만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을 견인했지만 지난 1∼10월 누적 판매량은 6725대로 급락했다.
소비 흐름이 소형 SUV로 빠르게 이동한 것도 경차 시장을 흔들었다. 캠핑·차박 등 야외 활동 증가로 실내 공간과 활용성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경차 선택을 미루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가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고차 실거래량 기준 모닝이 1위, 스파크가 2위, 레이가 4위를 차지했다. 경기 둔화 속에서 유지비 부담이 적고 보험료가 낮은 경차가 ‘실속형 선택지’로 떠오르며 신차와 중고차 시장의 온도 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경차가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해외명인 인스터는 ‘2025∼2026 일본 올해의 차’ 최종 후보 10개 모델에 포함됐다. 일본은 내수 중심의 경차 시장을 갖춘 국가로, 외국 브랜드 경차가 후보군에 오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아이오닉5N이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차의 기술·상품성이 연속적으로 인정받는 흐름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신차 부재와 SUV 대세화가 경차 수요를 잠식하고 있지만, 중고 시장과 해외에서는 여전히 실용성과 경제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경차 수요가 신차에서 중고,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들의 경차 신차 출시 계획이 당분간 없다는 점에서 국내 경차 시장의 부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