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경기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우리나라 철강업계에 대한 통상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50% 고율 관세 여파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철강 쿼터제 축소와 50% 관세 적용을 예고했다. 이외 복수 국가에서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덤핑방지관세를 잇달아 부과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미 정부는 최근 협상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조정하는 합의안이 담겼지만, 철강 50% 관세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대미(對美) 철강 수출량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특히 관세가 25%에서 50%로 인상된 6월 이후인 7월과 8월 수출은 각각 21.6%, 29% 줄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3월 1150만달러, 4월 1220만달러, 5월 3330만달러, 6월 4260만달러, 7월2760만달러, 8월 2020만달러의 관세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두 회사가 납부해야 할 관세 규모는 총 2억8100만달러(4114억원)로 추산되며, 이는 양사 연결 기준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의 17.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U의 움직임도 국내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EU는 기존 철강 쿼터 총량을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한다. 철강 쿼터제는 연간 정해진 총량 내 물량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국가 쿼터 263만6000톤과 글로벌 쿼터 117만9000톤을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EU 수출량은 381만5000톤으로, 지금까지는 대부분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우리나라가 적용 받게 될 쿼터 총량은 약 202만2000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약 179만3000톤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며, 업계는 관세 부담이 8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국가는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개별 통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30년 10월까지 한국산 아연도금강판에 최대 31.47%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일본도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종합 건설경기실사지수 추이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종합 건설경기실사지수 추이 [출처=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글로벌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수요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국내 철강 수요는 4780만톤에 그치며 5000만톤선이 붕괴됐다. 일반기계, 조립금속,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수요 산업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건설 부문 부진이 전체 수요 감소를 이끌었다. 건설 분야 철강 수요는 2023년 2200만톤에서 지난해 1770만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1600만톤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매월 발표하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10월 66.3을 기록해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지수가 100 아래면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번 수치는 지수를 개편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4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렴한 철강재의 유입은 사실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철강 내수 수요가 얼어 붙으면서,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글로벌 통상에서 기업들의 경영 범위를 벗어난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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