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오는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약 2조원대 금액을 투자해 연간 에틸렌 70만톤, PE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ixed Feed Craker·MFC) 신설을 결정했다. 올해 중 설계 작업을 시작해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특히 MFC는 NCC(나프타분해시설)와 달리 나프타 외에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 부생가스 등도 원료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GS칼텍스는 이번 MFC시설 투자로 정유와 방향족과 더불어 올레핀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설 투자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뿐만 아니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화학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가 올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현대오일뱅크도 국내 화학사와 함께 NCC합작 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정유사의 이같은 화학사업 진출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글로벌 PE 호황에 주목하는 측에서는 정유사의 NCC 등 화학사업 진출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전세계 PE 시장 규모는 연간 1억톤에 달해 전체 올레핀 시장 규모 2억6000만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수요성장률도 연간 4.2%로 고성장하고 있다. PE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된다.
KB증권의 백영찬 연구원은 "지난해 세계 PE 수요기준으로 GS칼텍스의 증설 물량 50만톤은 0.5% 수준에 불과하고 세계 PE 수요는 향후 5년간 5% 내외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GS칼텍스의 MFC 시설 투자가 국내 NCC 기업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국 1인 가구의 고성장, 인도의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화,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른 포장 수요의 확대 등으로 인해 PE 제품은 가장 높은 성장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PE의 수요가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북미의 대규모 ECC(에탄분해시설) 증설이 에틸렌 계열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4~16년 에틸렌 계열 제품은 공급 부족 영향으로 최근 호황이 이어졌지만 올해 900만톤 수준의 에틸렌 증설이 이루어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
메리츠종금증권의 노우호 연구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ECC 증설분이 반영돼 에틸렌 계열 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연구소 역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에틸렌 계열 비중이 높아 올해 에틸렌 수익성 감소에 따라 영업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PE 등의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유사의 화학사업 확대로 인한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