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통해 독보적인 대형 보험사, 중대형 상장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감내하고 투자처로서 자신의 정확한 포지션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보험, 교보문고 브랜드에서 진일보한 미래 청사진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ebn

기업공개(IPO)에 도전장을 낸 교보생명이 한편으로는 증권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안정된 자본조달에 대한 선호 △상장 흥행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교보생명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통해 독보적인 대형 보험사, 중대형 상장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감내하고 투자처로서 자신의 정확한 포지션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보험, 교보문고 브랜드에서 진일보한 미래 청사진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로서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 받을 마음의 준비 필요

상장 대어 후보로만 거론돼온 교보생명이 마침내 기업공개(IPO) 추진을 공식화한 건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필요한 자본확충 금액이 구체화되어서다. 올초 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초안이 확정되자 교보생명은 최대 5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를 위해 상장과 함께 증권 발행을 병행해 자본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2012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교보 지분을 사들일 때 평가한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5조225억원이었다. 당시 15조원이었던 교보생명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6조원으로 73% 뛰어올랐다. 613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9534억원으로 55% 불어나 장부상의 기업가치가 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상장을 기회로 교보생명이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회사 주식 가치평가는 등한시되기 쉬우며 비상장주식의 경우 제3자에게서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주식을 양도하는 사례가 없어 주식에 대한 시가검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서는 주로 자산가치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 시장가치 평가법이 쓰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보험 산업의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데 미래 추정이 쉽지 않은 보험사는 상장을 통해 복수의 방법을 활용한 가치평가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빅3 생보사로 통하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거론만 될 뿐 실제적으로 평가받은 적이 없다"면서 "교보는 전통 보험사에서 자본시장 참여자로서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영업 시장보다 자본시장의 판단이 냉정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화·ING생명과 차별화된 교보생명, 투자처로서 정확한 포지션 찾기

교보생명보다 앞서 상장에 성공한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ING생명 등이 있다. 한국 전통 보험사이자 빅3 생보사인 삼성과 한화는 3일 종가 기준 현재 공모가 보다 40% 가량 하락한 주가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보험사로 세계 자본시장에 이름을 알린 ING생명은 상승했다. 상장을 앞두고 북미와 영국 및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설명회(NDR)를 가진 IR팀의 최고 임원은 앤드류 바렛 ING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다. 영국인인 바렛 CFO의 국제적 감각과 경쟁력 영향으로 해외로드쇼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자본시장에서 교보생명은 이들 보험사와 다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계 자본으로 보험업에 뛰어든 삼성/한화와 달리 교보생명은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한 스토리텔링 기업으로 ‘휴먼 터치(인간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글로벌 투자처로서의 경쟁력을 과시하는 ING생명과도 차별화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이어 2위사 한화생명의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3일 종가 기준)"이라면서 "교보생명은 한화생명보다 매출은 10조원가량 적지만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교보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있어 한화생명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보는 글로벌 이미지의 ING생명과도 확연히 구분된다"면서 "교보만의 정확한 포지션을 찾아 투자자의 언어와 눈높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모가 대비 가장 많이 오른 생보주는 ING생명이다. 3만3000원이었던 공모가 대비 3일 종가기준 ING생명은 31% 뛰어올랐다. 이날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은 공모가 대비 16%~47% 가량 하락했다.

◆과거 교육보험·교보문고 브랜드에서 나아가 미래 청사진 제시할 것

교보생명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교보생명 탄생과 함께 시중에 등장한 교육보험은 1960년 교보생명의 고속 성장을 이끈 효자 상품이다. '나는 못 배우고 가난해도 자식은 잘 가르치겠다'는 교육열기 힘입은 교육보험은 1980년대까지 인기를 끌면서 생명보험업계 개인보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후 교육보험은 교보생명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교보그룹 기업뿌리인 교보문고는 지난해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교보그룹 고 신용호 창업자는 한국경제를 빛낸 기업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 교보생명은 창업자의 경영철학, 교보문고 브랜드 그늘 아래 보호받고 있는 인상을 준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 IFRS17 등 보험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창업자의 초기 경영 철학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진일보한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교보의 가신들과 복심 임원들이 교보생명이 나서야 할 길을 막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2년 자사 지분을 사들인 재무적 투자자에게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중대형 상장사로서의 빅픽처를 제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새 회계기준을 도입할 때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IPO를 추진하기 어렵다" "생보 업황이 좋지 않아 상장 생보사의 주가가 신통찮다"는 논리로 상장을 미뤄왔다.

결과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교보생명은 자본시장 파트너들과 멀어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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