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SBI 등 대형저축은행들이 총량규제를 받는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대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톡톡한 수익을 내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 여파로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저축은행으로 향하면서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올해 6월말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30조5076억원으로 전년 동기 25조2354억원에 비해 20.9%나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자금대출은 20조2867억원에서 22조3302억원으로 10.1%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를 천명하면서 금융업권별로 일정 비율 이상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저축은행의 전년 대비 가계 대출 증가율을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각각 제한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7% 수준으로 완화했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대출 증가율 제한이 걸린 가계대출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수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6월 OK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조6999억원으로 지난해 6월 1조329억원보다 6670억원이 늘어 79개 저축은행중 가장 증가분이 컸다. 백분율로는 64.6% 증가한 수치다. 가계자금 대출잔액은 2조4327억원에서 2조5632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미즈사랑대부, 원캐싱대부 등 저신용자 신용대출에 강점을 보여왔던 OK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선회가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OK저축은행은 대출잔액 중 기업대출 비중이 2016년 26.1%에서 2017년 36%로 확대되는 등 가계대출에 쏠렸던 포트폴리오가 지속 확장되고 있다.
중기대출 확대는 저축은행의 대표 수익원인 이자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OK저축은행은 이자수익 3279억원, 순이익 438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반기순이익 172억원에 견줘 2.5배 높은 수익을 거뒀다.
저축은행 업계 국내 1위인 SBI도 기업금융부문을 강화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해 6월말 2조2704억원에서 올해 6월말 2조8021억원으로 OK저축은행 다음으로 증가치가 컸다. 총 대출 5조5929억원에서 절반 넘는 비중을 중기대출이 차지했다.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9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6억원보다 126% 늘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당기순이익 889억원을 상회하는 이익을 반년 만에 올린 셈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총량이 늘고 있다"며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대출창구가)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책으로 시중은행권의 여신심사가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기준이 덜 엄격한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은 담보를 잡고 대출이 진행되기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선 자본 건전성 관리가 손쉬운 이점이 있다. 다만 중소기업 수요는 한정돼 있어 유치경쟁이 과열화되면 연체율과 부실 채권의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7월 말 0.58%로 한 달 전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기업대출 대출금리는 올해 7월 8.42%로 예금은행(3.64%)보다 2배 이상 높아 중소기업의 상환여력이 더욱 크게 요구된다.
대출 상환을 위해선 자금이 원활히 돌아야 하나, 중소기업 업황은 그리 밝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는 89.5로 전월비 1.0포인트 상승했으나, 기준치인 100 이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9월 중소기업 경영애로는 '내수부진'(58.3%)이 최다 응답 항목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된 데 따라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과 수요가 늘면 리스크 관리가 꼼꼼히 할 수밖에 없다"며 "당사의 경우 AI(인공지능)를 대출뿐 아니라 고객, 리스크 관리에 도입해 짜임새 있게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