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이 알제리에서 장관급 감산공동점검 위원회(JMMC)를 개최하고 추가 증산에 대해 논의했지만 감산국간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회의를 마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증산 요구 등에 따라 감산국들의 추가 증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생산하지 않은 만큼의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오는 12월에 개최 예정인 OPEC 각료회의 때까지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이전 OPEC 정기 회의에서 결정된 올해 말까지 하루 평균 100만배럴 석유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는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 불발로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Brent) 가격은 25일(현지시간) 배럴당 81.8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4년 11월10일 이후 최고치이다.
두바이유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70달러를 넘겼다.
8월 중순 WTI 가격은 배럴당 65달러 수준이었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70달러대에 그쳤다. 한달여 만에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배럴당 5달러, 10달러 이상 올랐다.
산유국의 추가 증산 합의 실패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진 것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조치에 따라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레이 애트릴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이란 제재 재개와 베네수엘라의 생산 감소, 인프라 부족에 따른 미국 셰일오일 증산 제약 등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OPEC 회원국들이 증산을 하지 않고 있어 수개월 내에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심혜진 연구원도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영향이 본격화 되고 있고, 그 강도가 당초 시장의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5월8일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선언했으며 금융 부문과 관련된 1차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11월4일 이후 이란산 석유 제재 등 2차 제재가 재개된다.
심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하루 50만배럴 가량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을 예상했으나 인도, 중국, 유럽의 원유 수입마저 빠른 속도로 감소해 공급 차질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또한 최근 미국의 스탠스도 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라는 목표하에 엄격한 조건에서만 제한적인 수준의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이란 제재 본격화에 더해 연말까지 하루 20만배럴 가량의 베네수엘라 공급 차질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4분기 석유시장에서 초과수요 현상이 발생하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