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랩이 서비스사업부 분사 결정을 철회했다. 분사 결정을 내린 후 약 3주 동안 안랩 내 노조가 설립되는 등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따른 전격적 조치로 풀이된다.
9일 안랩에 따르면 권치중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저녁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의견수렴과정을 토대로 서비스사업부 구성원 상당수가 이번 분할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긴급상정하고 분할조치의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권치중 대표는 "분사 발표 후 소셜미디어와 구성원을 통해 전해지는 반응, 언론 뉴스를 보고받으면서 대표이사로서 자기반성과 지금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감을 갖게 됐다"며 "분사 계획은 정체된 서비스사업부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결실을 사업부 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분사 결정을 매각이나 구조조정, 특정조직의 이익증대 등의 방편으로 생각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은 내부에서 매각과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자 권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9월 14일 안랩 이사회는 보안관제, 컨설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서비스사업부를 분사해 ㈜안랩BSP(가칭)를 설립하는 내용의 서비스사업부 물적 분할을 의결했다. 보안서비스 시장에서의 성장역량, 신속한 의사결정,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 등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회사 내부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직원들의 반발은 창사 23년만의 노조 창립으로 이어졌다. 안랩 노조는 지난 1일 노동부에 설립 신고를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권치중 대표는 분할 공시 했던 시점이 이른바 '도둑 공시'란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권 대표는 "비슷한 기업사례를 조사해보고 법률자문을 받아봐도 답변은 기업분할과 같은 경우 고유의 경영권한이며 상장사의 경우 공시의무 위반과 같은 심각한 법적위험을 반드시 피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공시의무 규정 등의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신속히 임직원과 소통하고 발표 이후 임직원이 충분히 수긍할 만큼 수차례의 공식, 비공식 설명회와 대화의 자리를 갖고 '분할의 필요성'에 대해 소통하고 임직원의 우려사항과 제안을 들으며 설명하고 반영할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수가 반대한다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제시한 방향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옳다고 해도 결국 불신과 불화가 따르고 극심한 기업경쟁환경에서 도태되거나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안랩BSP 설립이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임직원 간 불화가 지속한다면 상호존중이라는 안랩의 핵심가치를 저버리는 것이며 보안 사업의 존립기반을 흔들어버려 대표이사로서 용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안랩 노조측은 분사 결정 철회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백승화 안랩 노조 위원장은 "1000여명의 안랩인들을 대표해 회사의 결정에 진심으로 환영을 표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회사와 많은 것들을 상의하고 협의하며 발전하는 건강한 노사관계가 안랩에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