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2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 클럽에서 '저축은행 CEO 오찬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EBN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저축은행업계 사장들의 새해 첫 오찬이 환담을 나누는 식사자리로 끝났다. 업계는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윤 원장의 답변은 일반론적인 감독방향을 밝히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원수리'가 별다르게 이뤄진 사항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윤 원장은 2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 클럽에서 '저축은행 CEO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업계에서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저축은행 대표이사 1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저축은행 대표들은 △지역,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 적용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계산 시 유동성 비율에 자기자본 인정 등을 요청했다.

박재식 중앙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업계 대표들은 어려워하는 사안에 대해 금감원에 건의했고, 윤 원장은 '일반적' 감독방향에 대해 말했다"고 설명했다. 원론적 입장을 표하면서 뚜렷한 가부 여부는 도출되지 않았다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대형저축은행 한 대표이사는 "정말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고 했다.

이와 달리 저축은행업계는 적잖은 주문사항을 받아들었다. 윤 원장은 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지역 중소서민금융회사로서 건전성 관리와 포용적 금융 실천, 혁신성장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고, 올해는 국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체적인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는 동시에, 정상화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줄 것과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상향, 예대율 규제 등 강화되는 건전성 규제에 잘 대비해달라는 주문이다.

윤 원장은 "특히 이 과정에서 급격하게 자금을 회수하거나 공급을 줄임으로써 주된 고객층인 서민과 중소기업이 곤란을 겪지 않도록, 그리고 신용위험 악화를 촉발하지 않도록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무로서 포용적 금융 확산을 위해 지역밀착형 금융이 본업인 저축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취약·연체차주 지원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취약차주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라는 요청이다.

대표 지역금융기관으로서 혁신성장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저축은행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신심사 능력을 키워 지역내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등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 노력이 결국 혁신성장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윤 원장은 강조했다.

윤 원장이 '역할론'에 무게를 실으면서 업계가 반대급부로 원하는 규제 완화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졌다. '규제 완화 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박 회장도 이 같은 분위기의 간담회에서 뚜렷한 입장을 표출하기는 어려웠겠지 않느냐는 풀이가 나온다.

박 회장은 "저는 듣고만 있었고 업계 대표들이 영업하면서 어려운 점을 말했다"며 "윤 원장은 충분히 이해를 했고, 일반적인 방향으로 코멘트했다"고 부연했다.

박 회장은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하는 예금보험료 인하 △시중은행 수준으로 맞춰진 대손충당금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등을 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0.4%)은 은행(0.08%)과 보험·금융투자사(0.15%)과 비교해 최고 5배 높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교섭 당사자인 금융당국의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타 금융업권에서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예보료를 넣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예보료율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데다 이날 윤 원장의 답변이 '일반적 수준'에 그치며 향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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