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된다.ⓒ연합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된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 달성이 유력하지만,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통상 매년 4분기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 희망퇴직 비용 등이 선제적으로 반영돼 순익 하향은 상례적이지만, 그 규모는 예년보다 커 전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1위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에 연초부터 선두를 뺏길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밖에 가계대출 증가 둔화로 금융지주들의 수익성 확대가 정점에 달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란 징후가 지난해 4분기부터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다음 달 8일 KB금융, 11일 우리금융, 12일 신한금융 순으로 2018년도 실적을 공시한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희망퇴직 비용 및 특별성과급, 추가 충당금 여파에 따른 순이익 하향 전망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은행)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을 1조3729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1조7646억원)보다 무려 22.2%나 낮은 수치다.

NH투자증권도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1조4284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측(1조6622억원)에 비해 14.07% 감소한 수치다. SK증권 또한 1조8140억원에서 1조5942억원으로 12.12%(2198억원) 내려 잡았다.

이 같은 전망은 금융지주들이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예년보다 많이 썼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희망퇴직에서 4개 은행에서만 약 1500여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희망퇴직자는 6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은 400여명, 신한은행은 230여명, KEB하나은행은 210여명이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는 이들 금융지주가 지출한 퇴직 비용이 5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1위 경쟁에 관심을 끌고 있다. 4분기 KB금융의 판관비 증가에 따른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금융은 비교적 적은 지출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B금융 희망퇴직자는 1년 전의 1.5배 규모로, 2017년 희망퇴직 비용이 인당 3억8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비용으로만 1800억원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600억원 규모의 특별성과급과 1000억원의 요주의 여신 추가 충당금까지 합치면 총 추정치로 4400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7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결과 올해는 희망퇴직 신청자가 230명으로 적은 편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 퇴직 비용이 3억50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8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특별성과급도 비교적 적은 900억원 지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4분기 실적만으로는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뒤처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실제, 증권가는 이 기간 KB금융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줄어든 4748억원, 신한은 148% 늘어난 522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연간 순이익은 KB금융 3조3470억원, 신한금융 3조2008억원을 예상돼 연간 당기순익 추정치 차이도 1000억원으로 좁혀졌다는 게 증권 연구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에 힘입어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다시 1위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판관비 관리로 연간 당기순익 차이도 1000억원으로 좁힌 가운데 신한은 최근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올해 연간 순익도 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시너지 효과에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는 비은행 부문 역량까지 더해지고 있어 1등 금융 재탈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전방위적 가계대출 규제 약발이 발효되면서 올해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은행의 대출 관련 수익성 둔화 조짐도 일찌감치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70조3635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161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액(5조5474억원) 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소치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은 것은 개인신용대출 감소 영향이 컸다. 5대 은행의 신용 대출잔액은 101조9332억원으로 전월보다 376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1월에 신용 대출이 1조824억원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조5000억원 가까이 급감했다.

주담대 역시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05조1167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234억원 늘어, 지난해 11월(4조1736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통상 연말에 전세자금 대출과 이미 승인된 중도금 대출 증가세가 높은 것을 생각하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증가세 둔화가 시작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실적 악화에 따른 수익성 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며 "금리상승으로 이자 이익은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오히려 연체율 증가 등 리스크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라 대출 확대를 통한 이자 장사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통적인 수익성 확대 방식에 제동이 걸린 만큼 올해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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