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더라도 금융혁신을 이뤄내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연합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그룹이 제3인터넷은행에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인터넷은행 시장이 4대 금융지주 경쟁으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기존의 금융 공룡들이 인터넷은행의 발전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던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대형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참여를 일찌감치 포기한 상황이다. 결국 세 번째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더라도 금융혁신을 이뤄내진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지주는 KB금융(카카오뱅크 지분 10%), 우리금융(케이뱅크 지분 13.79%) 두 곳, 참여를 준비 중인 지주사는 신한금융, 하나금융 두 곳이다.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참여하게 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을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은 키움증권과 SKT와 손잡고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27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5월 중 최종 인가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업계는 두 컨소시엄 모두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다만 별다른 금융혁신 기술을 선보일 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축이 돼야할 네이버, 인터파크 등 ICT 업체는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인터넷은행에 참여하는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영향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2015년 1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관심을 보였던 NHN엔터테이먼트, 인터파크, 교보생명 등도 이미 직간접적으로 불참 의사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인터넷은행은 라이선스 사업이지만, 관련 규제가 많은데다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도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감안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례로, 국내 인터넷은행의 ICT기업 지분 한도는 특례법으로 늘어나서 34%이지만, 일본의 경우 ICT 전문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다. 동남아의 경우 국내보다 금융산업이 국내보다 낙후되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아 폭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지분 한도 외에도 금융상품, 사업권 등 당국 규제가 과도한 점도 ICT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올해 5월 세 번째, 네 번째 인터넷은행이 나온다 하더라도 ICT 기술이 함축된 금융혁신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금융을 제공하는 인터넷은행을 추가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취지는 이미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1기 인터넷은행(케이·카카오)은 기존 은행과 경쟁하기 바쁜 상황이고, 2기 인터넷은행은 인가 전부터 ICT 기업이 줄줄이 불참하고 있어서다.

한 금융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적 IT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기존 은행 대비 기술적 우위를 지닐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편의성 및 만족 중심의 영업모델을 추구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수준이고, 제3인터넷은행은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형 은행과 차별화가 관건이지만,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기존 은행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새롭게 설립되는 인터넷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보다는 소비자 중심의 영업모델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를 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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