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일부 업무에 적용했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존 단순·반복 업무에만 적용됐던 자동화 범위는 최근 대출심사나 거래 확인, 회계 점검 등 심사 및 계정처리가 가능한 업무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업무 혁신의 가속화가 고도화되는 것은 일자리 감소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단순·반복 업무에만 적용했던 자동화 시스템을 전행 업무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 추세는 시중은행을 넘어 지방은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디지털혁신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전행 확산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구체적으로 8000개 기업 신용등급 자동 업데이트를 통한 통합신용대출 금리 산출, 주요 파생거래 실시간 확인, 20개 글로벌 네트워크 대상 재무회계 정합성 점검, 여신 심사를 위한 자동차 원부 자동 발급 업무 등 19개 은행 업무, 22개 프로세스다.
하나은행이 이번에 구축한 RPA는 AI 연계 RPA로 IT 전문가들의 기술적 문의 사항에 대해 AI기반 서치 엔진과 연계해 가장 연관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올해 17억2000만원을 투입해 'RPA 전행 확산 프로젝트2'에 돌입한 상황이며, KB국민은행은 40여개 업무에 RPA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전행 확대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 기업여신 자동심사'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가계여신, 기업여신, 카드 등의 주요업무에 RPA를 도입하고, 서대문 본부 내에 디지털 워크포스(workforce) 운영을 총괄하는 'RPA 컨트롤룸'을 구축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지방은행도 RPA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은행이 지방은행 최초 RPA 시스템 도입에 나선 이후 BNK금융그룹의 양대 축인 경남은행도 RPA 사업 구축에 돌입했다.
경남은행은 우선 시범적용 업무 6개 부서 9개업무를 선정해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행 업무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RPA 적용 업무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GB대구은행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떼고 DGB혁신센터에 이를 운영하는 'RPA 룸'을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퇴직연금 지급처리 자동화, 지자체 이차 보전금 청구 자동화, 휴·폐업관리 업무 자동화 등이다. 예컨대 퇴직연금 지급 신청서에 자필 작성 내용들을 인공지능 기법으로 판독해 필수 기재 사항 누락, 항목 기재 오류와 같은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업무에 적용해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JB금융지주는 효율적인 혁신금융 추진을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JB금융은 오픈뱅킹플랫폼(OBP) 사업을 은행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JB금융은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최근 지주 디지털 담당 임직원들을 각 은행으로 이동하는 인력재편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광주은행은 해외송금 제휴 업무, 전북은행은 P2P(peer to peer) 제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들 은행 모두 내부적인 디지털화를 위해 비대면 채널 고도화, RPA(자동화 로봇 기능),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 디지털 사업 강화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RPA 범위를 확장시키는 이유는 업무 자동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이번 RPA 업무 범위 확대를 통해 연 누적 8만 업무 시간에 대한 자동화를 구축, 이에 따라 연간 약 32억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디지털 업무혁신 가속화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온다. RPA의 비용 절감효과가 막대한 만큼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 불필요한 부분까지 무분별하게 확대 운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RPA를 도입하는 것은 자동화를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 향상이라는 설명이 여전히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RPA의 비용 절감효과는 크지만,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서포트 역할 또한 크다"며 "전행 도입으로 확대되고 있다지만, 아직 전문 직원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RPA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기 도입 조직의 긍정적 경험이 확대되며 RPA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귀찮은 반복 작업의 자동화에 따른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 제고 등으로 우호적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규제대응, 업무정확도, 업무생산성, 인력운영 유연성 등에서 90% 만족도를 보이며, 기 도입 조직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RPA를 경험한 부서의 78% 이상이 추가 도입을 원하고 있으며, 일부 반발도 시범 도입 등을 거치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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