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연말연시 감원 한파에 떨고 있다. 업계 1위 대한항공과 2위 아시아나항공이 연달아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새해를 앞두고 인력 감축 기조가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국내 일반, 영업, 공항서비스직 중 근속 만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 위로금(월 기본급+교통보조비) 24개월분과 자녀 학자금(퇴직 후 4년 이내, 최대 2년)을 지원한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전직·창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아시나항공은 이미 올해 5월에도 같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7개월 만에 또 희망퇴직에 나서는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이 한 해에 두 번이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희망퇴직을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 마무리를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은 비용 중에서 유류비를 제외하면 인건비 비중이 제일 커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을 줄이면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매각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2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에도 국토부 승인 등 절차가 남아있어 매각 과정이 완전히 완료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연말 인원감축 칼을 먼저 빼든 것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이날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는다. 대한항공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에는 110여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해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본격적으로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대한항공은 임원 수를 기존 108명에서 79명으로 27% 줄였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단기 무급휴직을 실시해 인건비 절감을 시도했다.
LCC(저비용항공사)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난에 시달려온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과의 시너지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동일 노선에 대해서는 공항 지점 및 인력 운영, 공항 발권카운터 확대 및 탄력 운영 등으로 규모의 경제 이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여객탑승률(L/F) 등의 조절을 통한 노선 경쟁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비용 절감 및 수익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9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후 지난달부터 신청자에 한해 1~3개월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인건비 비중이 큰 산업이라 비용을 줄인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인력 조절"이라며 "내년에도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는 회사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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