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통화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는데도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리가 증시를 잠식하는 모양새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또 4% 넘는 급락세로 출발해 장 중 1640대까지 추락했다. 이날 오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 내린 16472.85p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면서 9거래일째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간밤 뉴욕 증시 역시 기록적인 급락을 나타냈다. 다우 지수가 12.93%나 폭락해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1.98%)와 나스닥 지수(-12.32%)도 동반 폭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 50지수(-5.25%)를 포함해 유럽 증시도 4∼5%대 약세를 나타냈다.

연준이 긴급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 가량 인하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일제히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는데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 역시 전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현재 시장 여건이 위기 상황이라는 판단한 조치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경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줘 시장 불안감을 더욱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는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진정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종료 시기를 7~8월로 거론했다. 또 미국이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 또는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시장에 뚜렷한 대응책을 주지 못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제로금리에도 안정되지 않는 금융시장에 이제 필요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처럼 CP 매입 등 크레딧 경색 우려를 차단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소비는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판단된다. 2분기 들어서 국내 증시는 업종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와 함께 1차적으로는 백화점, 주류, 외식 관련 업종 중심으로 반등 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시차를 두고 해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경우 2차적으로 해외여행, 면세점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1~2주에 고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짧은 순간에도 증시 변동성이 커서 고통스럽지만, 시간적으로는 멀지 않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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