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0%대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석유류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1%로 전월(1.0%)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100)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0.8%)을 시작으로 1년 내내 0%대를 오갔다. 지난해 9월(-0.4%)에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공식 물가'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1.5%), 2월(1.1%), 3월(1.0%)까지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4개월 만에 1%대 밑으로 내려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가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지만 4월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1.8%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는 전년 동기 대비 10.3% 가격이 뛰었고, 축산물(3.5%), 수산물(8.1%) 등도 올랐다. 반면 공업 제품은 0.7% 하락했는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6.7% 내려갔다.
서비스물가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식물가는 0.8% 상승하며, 4개월 연속 상승폭이 0%대에 머물렀다. 대인 접촉을 기피하다 보니 여행 관련 서비스도 감소했다. 호텔 숙박료는 전년 동기 대비 6.8%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시행된 고교 무상교육으로 공공서비스물가도 전년 동기 대비 1.6% 떨어졌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0.1% 상승하는데 그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말기인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다른 주요국의 경우에도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비스물가 둔화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4월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0.8%, 프랑스는 0.5%, 스페인은 -0.6%로 각각 전달보다 0.3~0.5%p 떨어졌다.
다만 해외의 경우 식료품 등이 공급망 차질, 생필품 사재기 등으로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물가상승률의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최근 물가동향을 비교해 보면, 국제유가 하락, 세계경기 둔화 등 글로벌 공통요인 외에 코로나19 확산의 정도 및 이에 대응한 봉쇄조치 등의 차이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면 봉쇄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한국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공급망 차질이 크지 않고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지 않아 상품가격 상승요인이 미미했다. 고교무상교육,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정책은 추가적인 물가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이 주요국보다 먼저 완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한 판매촉진 할인도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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