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있는 보험사들이 '항아리형' 인력구조 탈피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책임자급 이상의 고비용 인력을 줄여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보험사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원에 효과적인 '희망퇴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희망퇴직 바람이 더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이날부터 2주간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를 받는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또는 근속 20년 이상 일반직 직원이다.
현대해상의 희망퇴직 단행은 3년만이다. 현대해상은 2016년과 2017년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기존의 퇴직금 위로금 위주의 지원 방식에서 퇴직 이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지원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대규모 적자로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관리대상'으로 지정된 한화손해보험도 희망퇴직을 접수 중이다.
대상은 근속 10년 이상 직원들로 신청기한은 오는 15일까지다. 위로금 조건은 개인별로 차등하며 평균 임금 24개월 수준이다. 한화손보는 이와 함께 2년간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키로 했다. 한화손보는 작년 4월 희망퇴직을 단행해 30여명을 감축한 바 있다.
지난달 악사손해보험은 2015년 이후 5년만에 과장·팀장급 이상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연수에 18개월치 급여를 추가로 지원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채용·재취업 프로그램 기회를 제공했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해 12월 1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2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10년 이상 재직 직원에겐 기본급 39개월치, 20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는 최대 48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보험사들의 잇단 희망퇴직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있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5조3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9496억원(26.8%) 감소했다. 특히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은 2조2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1조311억원)나 급감했다.
업계에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중간 관리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인사 적체와 높은 인건비 부담을 안고 있기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 사업비 증가 등 어려워진 보험업황 속에서 기존의 인력구조를 유지해선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보험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매년 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고연차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대해상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2016년 말 11년 10개월에서 2019년 말 13년 5개월으로 확대됐다. 한화손보 역시 평균 근속연수가 지난해 말 13년 6개월으로 3년 전(13년)보다 늘었다.
다만 강압적인 구조조정 대신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감원 목표를 정하지 않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희망퇴직 접수는 상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만성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에 대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내부 반발과 잡음이 크기 때문에 희망퇴직 상시화로 감원에 나서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조직슬림화 차원에서 부서를 통폐합 하고 있는데 보직을 잃은 팀장급 직원들의 위기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