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티은행 차기 행장에 유 부행장이 물망에 오르면서 한국씨티은행에 첫 여성 은행장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씨티은행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면서 생긴 공석에 유명순 수석부행장(기업금융그룹장)이 앉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차기 행장에 유 부행장이 물망에 오르면서 한국씨티은행에 첫 여성 은행장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박진회 은행장은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3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작직은 10월27일까지의 기존 임기에서 이달 말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3연임에 도전하는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관행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박 행장의 용퇴 이유에 부진한 올해 상반기 실적이 영향일 줬을 것이란 해석도 따른다.

한국씨티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6억원)과 비교해 46.9% 줄었다. 올 2분기 순이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72.4% 감소했다.

반면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21.1% 늘었다. 비이자수익 증가폭은 한국씨티은행(57.8%)이 SC제일은행(25.69%)보다 컸지만, SC제일은행의 이자수익이 0.17% 증가할 동안 한국씨티은행은 4.6% 줄었다.

씨티은행 측은 일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본점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2분기 총수익은 0.7% 감소에 그친다"면서도 "박 행장의 퇴임 결정은 자발적인 은퇴로 상반기 실적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은행장 직무대행을 선임한 뒤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현재 "내·외부에 차기 은행장 후보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직무대행과 차기 은행장 하마평에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유 수석부행장은 이화여대와 서강대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했다. 1987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후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금융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잠시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지점장을 지냈으나, 2015년 박 행장 체제 첫 임원 인사 때 수석부행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노조의 반발에 거셌음에도 끝내 유 수석부행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씨티은행이 은행권 중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첫 여성 행장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실제 씨티은행은 13명의 임원 중 5명이 여성이다. 지난 6월말 신동금 인사본부 총괄 부행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기 전에는 여성 임원 비율이 46%(13명 중 6명)에 달하기도 했다.

만일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차기 씨티은행장이 된다면 씨티은행의 첫 여성 은행장이고,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은 두 번째 국내 여성 은행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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