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BTC)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내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디파이(DeFi)' 붐이 급격히 일면서다.
세계적으로 디파이 플랫폼 예치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영향력을 분산 시켰다고 분석이 나온다. 디파이 플랫폼 대부분은 이더리움(ETH)을 기반으로 돌아가면서 이더리움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3일 디파이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디파이 플랫폼 예치 자금 규모는 약 90억4400만달러(약10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초 약 40억9000만달러(약4조8500억원)대비 6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디파이는 탈중앙화 된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중앙기관 통제 없이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에 기반해 가상자산 예금과 담보대출 및 이자수익을 얻는 가상자산 금융서비스다.
전 세계 디파이 열풍에 비트코인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 약 1만1260달러(1336만원)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현재 이보다 1.49% 오른 약 1만1429달러(약1356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현재 디파이 구축에 있어 가장 적합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28.12% 오르면서 약 442달러(약 5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디파이 예치 자금 상위 프로젝트인 유니스왑(10억7700만달러), 메이커(10억5700만달러), 에이브(10억4800만달러) 등은 모두 이더리움 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장세는 이더리움이 상승을 이끌었던 장세이고 이 상승장은 디파이 붐이 배경에 있었다"며 "최근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디파이와 이더리움을 지켜보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코로나 직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가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각광받자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디파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바이낸스체인 개발 커뮤니티(BCDC)에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 메인넷을 공개했다.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은 스마트 계약기능을 활용해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댑) 구축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바이낸스는 향후 전 세계 개발자들이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을 통해 디파이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디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바이낸스코인(BNB) 스테이킹과 저렴한 수수료 등을 혜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외에도 플라이빗과 비트레이드 등 후발 거래소들 역시 디파이 프로젝트 토큰 지원과 상장 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디파이 열풍 현상을 두고 '기대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디파이가 저금리 시대, 고금리가 부각된 혁신금융 서비스는 맞지만, 차후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디파이는 금융 시스템에 게임 체인저"라며 "개인적으로 디파이는 지금의 규제 방식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작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디파이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이다. 디파이 서비스들이 고금리를 내세우면서 프로젝트의 부실함보다 화려함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비탈릭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의 최근 성장세는 본질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며 "디파이 관련 유혹이 사라지면 투자자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