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은행권이 차기 은행장 인선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 빅2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은행장들의 임기가 임박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국 장기화로 금융권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두 은행 모두 연임을 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행장 주자도 거론되면서 교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르면 추석 연휴 직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허인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1월20일로 다가오면서다.
대추위는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KB금융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대추위에서 후보 1인을 결정하면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5명 전원으로 구성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행장 후보의 자격을 검증한다. 심사를 통과한 후보는 이후 은행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은행권에선 허 행장이 한차례 연임(2+1)했지만 3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허 행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은행권 순이익 1위를 수성했고, 특히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라임사태 등 각종 사모펀드 손실 사태에도 휘말리지 않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도 역할이 컸다. 그는 KB금융의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아 그룹 내 디지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허 행장이 통상 임기인 3년을 지냈다는 점과 유력한 차기 후보들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허 행장 외 후보로는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동철 대표는 지난 2018년 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뚜렷한 이익 성장을 이끌어 낸 것이 최대 강점이다. 지난해 순이익(3165억원)을 전년 대비 10.48% 늘린데 이어 최근의 성과도 좋다. 올해 상반기 국민카드는 16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1% 성장했다.
여기에 이 대표는 윤 회장 3연임 과정에서 허 행장과 함께 K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경우 그룹의 임원 인사 일정의 변경 등의 이유로 통상적 임기인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오는 12월31일 1년9개월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진 행장이 추진 중인 디지털 전략 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연임을 통해 추가 임기를 부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 행장은 핵심성과지표(KPI) 개편과 전 직원의 디지털 역량 확보 등 신한은행의 발 빠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전환에도 성과를 내며 코로나19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따른다.
앞서 진 행장은 취임 첫 해인 2019년 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지만, 글로벌 수익에 있어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글로벌 부문 당기순이익은 3702억 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글로벌 손익비중(15.9%)을 달성했다.
디지털 혁신 역시 국내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영업수익은 159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320억 원) 대비 무려 20.4% 증가했다. 현재 다양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올해 디지털 채널 관련 실적은 작년 2840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진 행장의 경우 은행장 통상 임기인 '2+1'을 지내지 못했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진 행장 외 후보로는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제 임영진 사장은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왔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업계 디지털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 모바일 플랫폼 신한페이판은 연간 결제액 10조를 상회하고 있다. 업계 1위로 풍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선방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3025억원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CEO가 은행장으로 가는 교두보였다는 점도 임영진 사장의 은행장 이동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어느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세대교체보다 연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두 은행 모두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 행장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조직 안정성에 무게를 둬 연임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