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주 기자/금융증권부

대표적인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17'의 대위변제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고금리 대부업·불법 사금융 등으로 내몰리던 저신용자들을 위해 지난해 9월 출시된 햇살론 17은 연 17%대 금리로 1400만원 한도에서 대환대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100% 보증을 서고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으로 시중은행은 연체가 4회 차까지 지속되면 서금원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대출 부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은행과 제도권 금융에선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신용자들의 수요가 맞물리며 정책 금융상품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후 1년 간 총 보증금액만 1조원이 넘어섰다.

문제는 햇살론 17 연체율이 오르며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할 돈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무위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 17의 대위변제율은 지난 9월 기준 3.4%였다. 올 3월 0.2%에서 6월 1.3%, 8월 2.4%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증금액에 대비해 보면 정부가 대신 갚은 돈은 340억원에 달했다.

물론 이 수치는 코로나19로 햇살론17를 주로 이용하는 저신용자의 금융사정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자영업자 수는 급속히 줄고 경제활동 위축으로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한계 차주들이 가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회수 위험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구조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너무 높은 보증 비율을 설정해 놔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도 대출금을 회수해야하는 금융기관의 적극성이 사라지게 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서민들의 장기적인 채무 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 상품 이용한 이후 고금리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거나 채무구조 개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을 세심히 살피고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공급 위주로 설계된 정책들은 항상 많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서민금융상품이 취약계층의 안전망 역할을 지속하려면 무작정 공급량을 확대하기 보단 사후관리 필요하다.

서민들의 자금 곤란 해소에만 집중해선 지속적인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증비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은 내년에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햇살론 17의 연체율과 대위변제율 상승세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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