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승혁 금융증권부 기자

핀테크 관련 포럼을 가면 "핀테크 기업은 차주의 상환의지와 능력을 빅데이터로 판별해 적정한 금리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는 논지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빅테크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선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은 신용등급 1~4등급 비중이 2017년 87.9%, 2018년 89.2%, 2019년 92.8%, 올해 6월 말 93.6%였다. 반면 4~6등급 비중은 2017년 10.3%에서 올해 6월 5.5%로, 7등급 이하는 1.8%에서 0.9%로 절반씩 줄었다.

'적정한 금리'는 어떨까.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올 10월달 일반신용대출에서 1~2등급의 카카오뱅크 대출금리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과 비교해 두 번째로 높은 2.54%, 3~4등급은 가장 높은 4.09%였다.

중·저신용자를 배제해 대출 부도날 확률 최소화하고 고신용자 대상으로 '알짜장사'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4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억원)보다 약 7배 급증했다. '빚투' 투자자들의 대출수요 흡수도 한 몫 했다.

카카오뱅크에게 기대됐던 역량은 기존 금융사들이 외면했던 중·저신용자들을 포용하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카카오뱅크만 리스크 지라는 얘기냐"는 반론도 가능하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신용·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취지로 도입된 의의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2017년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 당시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4~6등급 신용자에 대출을 하지 않고 한다 해도 사잇돌대출"이라며 "2~3년 동안 데이터들이 쌓이고 저희 실력도 쌓이면 (저신용자 대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카카오뱅크는 실력을 쌓았다기보다 이 때 언급한 '은행들'에 가까워졌다.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에서 사잇돌대출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이 대출금 원금을 전액 보장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자체 중금리대출보다 리스크적으로 안전한 사잇돌대출을 성과로 포장하는 건 낯뜨겁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업계에서 창출한 순기능은 상당했다.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그리고 혁신적으로 간편한 UI·UX로 비로소 국민들에게 "은행을 가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구나"는 인식을 보편화시킨 주인공이다. 점포 없는 카카오뱅크의 성공으로 국내 은행업계도 접근성이 미흡했던 앱을 대폭 개편하고, 점포를 감축시키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이 점포 없앤다고 하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지만, 카카오뱅크는 아예 무점포가 가능해 고정비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영업기반도 확충됐고, 좀 더 과감해져도 되지 않을까. 이제 '임팩트 핀테크' 카카오뱅크를 보고 싶다. 직접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 참여해본 바 카카오의 사회공헌 의지가 크다고 믿고 있다.

편리한 핀테크 서비스라고 영업도 편리하게 한다면 고객의 불편함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중·저신용자를 시중은행은 창구에서 거절하고, 카카오뱅크는 앱으로 거절하는 차이만 생겼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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