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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대신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암호화폐(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과 전통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디지털 골드'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관심 증대,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 증대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금 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과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일 한때 1만9837달러(약2179만원)에 거래되면서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12월 17일 한때 1만9783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두고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2017년 말과 2018년 초 당시 비트코인 광풍은 투기적 성향으로 인한 랠리 성격이 짙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이 1만4000달러(약 1560만원)를 최초 돌파할 당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비트코인을 두고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Tulip Bubble)'에 비유하며 혹평한 것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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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신규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면서 상승장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촉발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화폐가치의 하락과 달러 약세 현상이 겹치면서 비트코인을 향한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3551억1087만달러(약 390조원)로 연초 1305억1947만달러(약 143조원) 대비 약 250조원 가량 불어났다. 이는 유가증권 시장 2위에 달하는 규모로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417조원) 시총 대비 30조원 가량 적은 수준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고,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 명인 드러켄밀러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며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은 비트코인 투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2013년 설립된 미국 암호화폐 신탁펀드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연일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비트코인 장세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그레이스케일은 지난 10월 14일 이후 11월 11일까지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을 약 90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11일 기준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9만9205개에 달한다.

암호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대표로 하는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절실했다"며 "최근 비트코인의 열풍을 과거와 다르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폭등에 서운한 금..."배 다른 형제였는데"

반면 최근 들어 금 값은 4개월 만에 20%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해진 탓인데,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도 단기 투자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g당 금 가격은 지난 8월 7일 7만8440원에서 지난달 30일 6만3070원으로 19.59% 가량 떨어졌다. 금값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만 6%가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8월 5일 최초로 온스 당 2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금값은 이후 지난 8월 7일 2059.43달러에서 지난달 30일 1772.87달러까지 약 13.91% 수직 하락했다.

이미 월스트리트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을 두고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시티은행(Citi)에서는 최근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Gold)로 표현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앞서 비트코인과 금은 배다른 형제로 불리면서 이따금 커플링(동조) 현상을 보여왔다. 국제 금값이 지난 8월 온스당 2000달러 고지를 처음 돌파하는 등 올해 30% 넘게 오르자 비트코인 역시 8월 초 7200달러 (약 790만원) 수준이던 가격이 월말 1만1506달러(약 1262만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과 비트코인이 과거 동행을 마치고 향후 경쟁 대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금의 가격 형성 모델을 벤치마크해 탄생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급등한 점도 금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2017년 말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을 때 금 가격은 하락 전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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