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BTC)이 최근 2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2200만원)에 훌쩍 다가섰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어느덧 370조원을 상회했다. 이는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약 390조원) 시총 대비 약 20조원 적은 규모다.
19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장중 1만8325달러(약 2041만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18년 1월 14일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이다.
이후 비트코인은 19일 자정 1만7500달러(약 1949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약 1만8000달러(약 2005만원)까지 오르면서 2000만원 고지를 재차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최근 랠리를 두고 합리적인 측면에서의 가격 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 전환 기대감이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향후 약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앞서 JP모건에 이어 씨티은행은 내년 말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5444만원)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017년의 광풍과 2018년의 급속한 시장 위축을 생각해보면 이번 비트코인 상승세도 일회성에 그칠지 모른다는 예상도 많지만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며 "코로나19로 촉발된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 속에 화폐가치의 하락과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특히 바이든 정부에서 주식 양도세 인상 소식에 대한 우려도 디지털자산 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급등이 금융시장에 주는 의미는 투자자들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기대감이 크다는 점과 달러화에 대한 신뢰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7·18년 광풍과 가장 다른 점은 기관 유입"
앞서 2017년말~2018년초 비트코인 광풍은 투기에 따른 랠리 성격이 짙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두고 '거품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교환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 등으로 사용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17년 말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만4000달러(약 1560만원)를 돌파할 당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Tulip Bubble)'에 비유하면서 혹평한 바 있다.
반면 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을 토대로 본격적인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AlCoin에 따르면 암호화폐 신탁펀드 그레이스케일은 지난 10월 14일 이후 11월 11일까지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을 약 90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1일 기준 그레이스케일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9만9205개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행보 역시 빨라졌다. 미국 최대은행인 JP 모건체이스는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폴의 DBS의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인 DBS 디지털거래소를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디지털자산 시장은 점차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권의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현재 비트코인 광풍은) 2017년 광풍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