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최근 1만4000달러를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이번 열풍이 지난 2017년 광풍과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비트코인 광풍이 시장 초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에 따른 버블 현상에 불과했다면, 최근 행보는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출과 기관투자자 유입 기대감 등에 힘입은 결과다.
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31일 장중 1만4028달러에서 거래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 20분 현재 1만4000달러보다 소폭 떨어진 약 1만3800달러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1만40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 2018년 1월이 가장 최근이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오는 3일까지 1만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1만달러 시세를 100일 동안 지속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최근 강세를 두고 합리적인 측면에서의 가격 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지난 2017년 말 약 1만4000달러를 최초로 돌파할 당시 거품론에 비유되며 비관론이 제기됐던 것과 비교된다. 당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Tulip Bubble)'에 비유하며 혹평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대거 개선됐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편입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를 계기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의 경우 모바일 앱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비트코인에 기반한 탈중앙화 신원인증 DID 툴을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지난 21일(현지시간) 글로벌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팔이 보유한 전 세계 이용자 수는 3억5000만명에 달한다.
페이팔은 "고객들은 온라인 지갑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사고팔거나 보관할 수 있다"면서 "내년 초부터 2600만 가지 상품 구매에 가상자산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의 리서치팀은 "페이팔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진출한 이유는 비자, 마스터카드에 의존하지 않는 가상자산 기반의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금융서비스가 닿지 않는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장 선점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월렛에 담긴 크립토 자산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 비즈니스 확장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팔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계기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일상화에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가까워졌다"며 "크립토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의 출시가 가속화되며, 투자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가상자산 내 투자심리 역시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의 투자위험도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지난주부터 줄곧 탐욕 수준(71~75)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시장의 극단적 공포를 뜻하고, 100과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7년말~18년초 가상화폐 가격상승은 투기 광풍에 따른 랠리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 랠리는 가상화폐의 사용 보편화에 기대를 거는 랠리 성격이 강하다"며 "디지털화가 경제, 산업 및 제반 활동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특히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 어찌 보면 가상화폐가 일상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