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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암호화폐(가상자산)거래소들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개정된 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한 커스터디(수탁), 지갑업체 등은 내년 9월까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국제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금융권 실명확인가상계좌(실명계좌) 발급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가 업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수의 거래소들이 ISMS와 AML 시스템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실명계좌 발급'의 문턱을 넘어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은 곳은 이른바 4대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NH농협), 업비트(케이뱅크), 코인원(NH농협), 코빗(신한) 뿐이다. 이들 거래소는 지난 2017년 말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실명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들을 제외한 다수의 거래소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간 금융당국의 규제와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팍스와 한빗코, 플라이빗, 캐셔레스트, 후오비코리아 등의 중소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놓고 꾸준히 접촉 중에 있다. 현재 이들은 법인계좌 아래 암호화폐 거래자의 예치금을 입금받는 이른바 '벌집계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 암호화폐 산업이 금융당국의 규제권으로 들어왔음에도 실명계좌 발급만큼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암호화폐거래소 한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시중은행들의 태도가 특금법 통과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은행들도 금융당국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실명계좌 발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특금법을 계기로 은행의 영향력만 늘어났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앞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고객 예치금 분리 보관 △ISMS 인증 획득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 거래내역 분리 관리 △금융회사(은행)는 AML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으로 규정했다.

다만 암호화폐거래소들이 다른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금융회사의 AML 위험 평가' 요소는 전적으로 은행에 달려있다. 결국 "암호화폐거래소의 생존 여부가 전적으로 은행에 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암호화폐 업계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ISMS와 AML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정작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며 "결국 은행이 리스크를 평가하고 계좌를 내줄 때까지 거래소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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