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물류센터 화재와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9월 안전관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 2명을 영입하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이들의 역할이 무색할 정도로 잇단 사건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22일 방역당국 및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이달에만 8곳이 폐쇄했다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물류센터 외 쿠팡 배송캠프에서 나온 확진자 추이까지 더하면 10곳까지 늘어난다.
쿠팡은 지난 19일 인천4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돼 물류센터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지난 16일에도 확진자가 발생해 2일동안 문을 닫았다가 사흘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안성 5,7 물류센터 근무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물류센터 2곳을 폐쇄했다.
지난 10일에는 오산1,2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9일 대구 물류센터, 8일에는 김해1, 고양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왔다.
김해1물류센터의 경우 지난 18일 다시 확진자가 나와 긴급 폐쇄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일에도 쿠팡 서울 서초1캠프 소속의 쿠팡친구(배송기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연면적 12만7178.58㎡의 대규모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해 6월에 이어 확진자가 또 발생했고 지난 2월에는 경기 남양주 소재 쿠팡 배송캠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해 5월24일에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미흡한 초동 대처로 누적 감염자 수가 152명에 달해 물류센터가 '집단감염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이달 기준 경쟁사인 마켓컬리 장지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1~9일 총 5명의 근무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날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84명으로 '역대 최다'를 갱신한 가운데 쿠팡 배송기사 등 현장 근무자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역시 6차례에 걸쳐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화를 키우고 있다. 화재 당시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은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끝내 순직했다.
덕평물류센터 안전사고 관련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3월에는 옹벽 붕괴, 2월에는 물류센터 내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쿠팡 본사에서 대응하지 않았다.
쿠팡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영입한 전문가들의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된다. 쿠팡은 지난해 9월 유인종 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를 안전 분야 부사장으로 앉혔다. 유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안전관리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 임원이 된 '안전관리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국내 1호 재난안전 박사학위 취득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쿠팡 입사 전 에버랜드의 안전을 책임져 산업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유 부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반드시 위험 요인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쿠팡은 유 부사장과 함께 박대식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장을 쿠팡의 안전보건감사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박 전무 역시 1988년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이후 전국의 사업 현장에서 위험 예방 업무를 30년간 담당한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물류센터 정도는 현장을 돌아보고 진단해 근무자들의 교육을 강화했으면 화재 발생 당시 피해 규모를 줄이거나 그런 화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원들이 부임해 성과를 내기 급급하다보니 안전사고 이슈가 무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본사 사무실 등 모든 사업장에서 초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중"이라며 "2400명의 코로나19 안전감시단을 운영하며 물류센터 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