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과 빠져나가려는 직원,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스타트업 업계의 엑시트(Exit) 전략의 극단이 머지포인트 사태로 발현됐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인수 시에는 수익이나 매출 대신 사용자 수를 주요한 지표로 본다.

그런데 머지포인트 경우에는 수익성이 낮은 수준을 떠나 수익모델이 '전무한' 수준으로까지 평가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곤 하지만 핑크빛 시각으로만 볼 순 없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한다.

대기업들은 손쉽게 스타트업을 사들여 새로운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고객 수만 어떻게든 늘리면 엑시트할 수 있는 기이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정작 소비자들은 머지포인트에 묶인 돈을 어떻게든 환불받고 싶어하는 상황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17일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무리한 이용자 확보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P2P사태에 이어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금융당국이 미리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정한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수익타당성' 불투명한데 전금업 등록하겠다는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신뢰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금업법에 따라 전금업자로 허가받고자 하는 사업자의 사업계획은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감독규정의 제52조 '사업계획에 관한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영업개시 후 3년간 추정재무제표 및 수익전망이 전자화폐 내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계의 과거 수익상황 등에 비춰 타당성이 있고 그 내용이 해당 신청회사의 영업계획에 부합할 것 △전자화폐 발행업을 원활히 영위하는데 필요한 이용자 확보계획이 구체적이고 타당하며 실현가능성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머지포인트는 수익모델(BM)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첫 번째 요건인 '수익타당성'부터 의문부호가 붙는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기 위해선 머지포인트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나멤버스, 토스와 협업해 구독권을 판매한 것도 머지포인트가 다 손실을 감수했다.

이에 머지포인트는 "머지는 상품권 사업을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닌 플랫폼사업자"라며 "플랫폼은 BM이 무궁무진하고 워킹(작동)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어떤 BM을 가지는지조차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들이 모인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BM을 충족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마치 머지포인트는 이용자들을 고정자산인 듯 상수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태까지 머지포인트 100만 이용자를 만들어준 건 머지포인트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공했던 상품권 20% 할인이었다. 이런 요인이 없어지면 플랫폼이 '워킹'할 요인도 퇴색한다.

머지포인트는 다음과 같이 사업안을 밝혔다. △우리는 상품권 발행업이 아닌 할인구독 커머스 기반의 결제 플랫폼이 사업목표이고 △지금까지는 바우처(상품권) 기반 서비스로 베타서비스를 했지만 올 11월 카드결제 형태의 머지플러스를 공식서비스화하겠다는 것.

이는 또 전금업자 등록요건의 두 번째인 '이용자 확보계획의 실현가능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할인구독' 서비스는 멤버십 서비스의 일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머지가 독점적인 멤버십 사업자가 아닌 이상, 여타 사업자들보다 프리미엄을 받을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카드결제 서비스는 KB국민카드와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협약을 맺은 것을 근거로 하지만, 정작 국민카드는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린다?

머지포인트가 회생할 수단은 '대규모 투자'인데,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분석이다. 머지포인트 주장에 따르면 서비스의 우수성과 플랫폼사업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한 곳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한다.

만약 머지포인트가 대기업에 피인수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자본력이 뒷받침되니 이용자들의 환불도 무리없어질 것이고, 전금업자에 요구되는 자본금과 부채비율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해당 금융사의 결제망과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사업모델도 붙일 수 있다.

머지플러스 창업자인 권남희 대표는 과거의 엑시트 성공경험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핀테크 기업과 무관한 해독주스 업체 L&S 컴퍼니 대표를 역임했다. 방송인 이다도시 등 연예인이 마시는 해독주스로 유명세를 얻은 후 2016년 3월 츄링 경영권 지분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배민찬)에 넘겼다.

여기서 얻은 막대한 매각자본이 머지플러스 창업의 밑천이 됐고, 외형 성장을 하면 매각도 유리하다는 경험을 얻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머지플러스는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감시 사각지대 속에서 100만 이용자를 확보했다. 머지포인트는 전금업자 등록대상임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 업체는 2017년부터 약관을 통해 "머지포인트 앱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 결제대금예치서비스 및 선불전자지급수단(포인트) 발행…"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전금업에 등록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듯 수익타당성이 필요하다. 전금업자로 등록했으면 애초에 20% 할인이 제공될 수 없었다. 또 머지포인트가 상품권 인지세를 구태여 납부한 것도 석연치 않다. 모바일 상품권은 5만원이 넘는 경우에만 인지세가 부과된다. BM이 없는 머지포인트 입장에선 5만원 이하로 끊어팔아 인지세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전금법 대상임을 몰랐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머지포인트가 '수익타당성'이 요구되는 전금업자로 영업했다면, 역설적으로 머지포인트의 성공은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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