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업이 다양한 '락인(Lock-in)' 전략을 구사하며 고객 밀착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고객이 떠날 수 없는 신세계 유니버스(Universe) 구축에 공을 들이고, 이커머스업체들은 고객 일상을 파고드는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를 '잡아두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말 아마존과 손잡고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커머스업계를 뒤흔들었다. 월 4900원만 내면 16만개 아마존 해외직구 배송이 무료에다 11번가 3000원 쿠폰까지 주는 이 구독 서비스는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금액(9900원)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배송기간도 짧다. 11번가 아마존 스토어의 배송기간은 평균 6~10일이며, 특별 셀렉션 상품은 4~6일 걸린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상품을 미리 물류센터에 확보해놓은 뒤, 국내로 발송해 배송기간을 줄이는 식이다.

11번가 모회사 SKT 유영상 이동통신사업대표는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명, 거래액 8조원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을 앞세운 11번가는 해외직구로 유입된 고객을 확보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는 쿠팡에서 비롯됐다. 쿠팡은 2900원만 내면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배송해주는 구독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로켓와우)에 가입하면 월 2900원에 로켓배송부터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로켓와우 비용으로 로켓배송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넷플릭스·왓챠 등 기존 OTT 플랫폼의 월 정기 요금에 비해 최대 3분의 2 이상 저렴하다. 쿠팡은 앞으로 쿠팡플레이를 아마존과 유사한 전략으로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 2011년 OTT서비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출시한 바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커머스가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잡아둔다면 막강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대기업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구상한 '신세계 유니버스' 퍼즐을 하나둘씩 맞추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신세계그룹의 서비스·상품·공간을 하나로 연결한 생태계(에코시스템)에 소비자가 먹고 놀고 자고 즐기는 세계를 뜻한다.
정 부회장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것도 이같은 세계 구현을 위해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만 4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했다. △1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지분 100%와 부동산 △4월 패션 편집숍 W컨셉 지분 100% △6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 △7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 17.5%(추가분)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격변기의 유통환경 속에서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을 비롯해 온라인 측면에서 신세계 유니버스를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M&A를 진행했다"며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만의 독보적인 컨텐츠와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 락인 효과가 활성화되면 충성고객들이 자사 생태계 내에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플랫폼에 쓰게 되기 때문에 기업에겐 최고의 소비자"라면서 "편리함과 비대면을 선호하고 자기 취향이 분명한 소비 성향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독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충성고객과 데이터를 쌓을 수 있고, 사업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현금 흐름이 향상되는 등 선순환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쇼핑 사업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유통가는 들썩이라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정기구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네이버쇼핑 이용자들은 반복 구매가 필요한 생필품이나 먹거리 등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를 주시한 유통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