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환율과 유가가 치솟고 여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과 물류 대란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산업이 호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산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 또한 산업별 희비를 낳고 있다. 자동차와 IT 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하반기 계획했던 신제품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물류 동맥경화는 수출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산업계가 팬데믹 여파에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로 경영시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편집자주]

▶ ⓒ한국지엠

올해 들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와 스마트폰 업계의 부품 공급망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생산은 1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마트폰 생산·공급망도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장기화 될 경우 자동차·IT 업계를 넘어 데이터센터, 의료장비 업계 등 산업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총 생산량은 76만197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생산량(92만1583대) 대비 20.9% 줄어든 물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실적(76만121대) 이후 생산 대수가 가장 적다.

기업별 생산량은 △현대차 35만209대(전년비 15.8%↓) △기아 32만1734대(6.5%↓) △한국지엠(55.3%↓) △쌍용차 2만499대(21.7%) 수준이다.

이같은 생산량 급감은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 탓이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을 확보하지 못한 현대차는 지난달 총 5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고, 한국지엠은 올해 초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부평 1공장 생산량도 50% 줄이는 등 생산 축소 사태를 맞았다.

이에 현대차·기아, 한국지엠 등의 볼륨모델 팰리세이드, 그랜저, K8,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의 생산은 급감하면서 완성차 생산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더해 생산 차질로 인한 인기 차종 출고가 지연은 시장 전반의 활기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삼성 폴더블폰 시리즈 ⓒ삼성전자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공급망 붕괴는 IT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에서의 타격이 크다.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이후 신형 스마트폰 출시 및 판매 일정을 여러 차례 연기했다.

지난 8월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생산 지연이 발생하며, 사전개통이 두 차례 연장된 것이 대표 사례다. 문제는 출시 두 달이 지난 현재에도 이러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구매에서 개통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달에 이른다. 사유는 반도체 부족이다.

당초 이달 중순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S21 FE'의 출시는 일정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유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스템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꼽힌다.

업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급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확보된 AP를 △갤럭시 S21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 투입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생산 및 출시 일정 지연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이 전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갤럭시S21 FE의 출시 시점은 오는 2022년 1월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갤럭시 S22출시가 예정돼 있다. 갤럭시 S22와 S21 FE 중 1개 모델은 출시 시점을 재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업계의 반도체 수급 문제는 삼성전자만의 이슈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90%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반도체 부족사태에 결국 아이폰13 생산량을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고, 샤오미와 오포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만큼 이들 기업의 신제품 출시 연기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망, 특히 시스템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사슬로 연결된 대표적인 아이템"이라며 "자동차에서 시작된 반도체 이슈가 IT에 영향을 줬고, 이에 더해 중국 전력 사태, 동남아시아 생산 차질, 물류 대란이 더해질 경우 보다 '복합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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