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상하이호가 부산항에서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미국 LA항으로 향하고 있다.ⓒHMM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2대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향후 HMM의 민영화 작업이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을 다 사들여도 해진공과 지분 차이가 거의 나지 않고 영구채 문제도 있어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해진공은 6000억원 규모의 HMM 발행 신종자본증권인 제191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에 대해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22일 HMM이 제191회 사모전환사채 전액에 대해 중도상환을 통지한 것에 따른 것이다. 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

이번 주식전환으로 해양진흥공사는 19.96%의 HMM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20.69%)에 이어 HMM의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두 기관의 지분율은 총 40.65%에 이른다.

해진공의 지분 확대로 HMM의 민영화 작업에서 고려 요소가 한층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율 차이가 0.73%p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HMM 인수 희망 기업이 최대주주인산은의 지분을 다 인수해도 해진공과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어 언제든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상황이다.

또한 HMM은 이번에 주식전환된 전환사채 외에도 2조6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 전환사채는 산은과 해진공이 1조3000억원씩 각각 나눠 갖고 있다.

HMM은 향후 이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HMM이 조기상환을 청구하더라도 사채권자가 주식전환을 신청하면 주식으로 전환된다.

즉, 이번처럼 산은이나 해진공이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원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대주주들의 지분율 변동이 불가피하다.

산은이나 해진공이 전환사채를 순차적으로 주식 전환하면 지분율 변동으로 양사의 지분율이 역전될 수도 있다. 2조6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중 지난 2018년 발행된 4000억원 규모의 제192회 전환사채가 처음으로 2023년 조기상환 청구권이 발생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을 민영화한다고 하면 최대주주의 지위를 고려해 산은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 전환사채를 같이 블록딜하거나 HMM이 미리 상환하거나 하는 방법이 사전에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의 지분을 다 사들이고 영구채 이슈를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해진공의 HMM에 대한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진공은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다. 국적 원양선사의 중장기적 체질 개선과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M이 국내 최대 원양선사이기 때문에 민영화돼도 관리·감독을 위해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HMM을 민간에 매각해도 해진공이 지분을 갖고 있으면 이사회 등을 통해 의사 결정이나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HMM을 인수한 기업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관계로 민영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HMM이 국내 최대 원양선사이기 때문에 공공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최대 원양선사가 100% 이익만을 좇게 되면 지금처럼 물류 대란일 때 수출 중소기업은 수출품을 운송할 방법이 없다"며 "HMM이 돈은 안 되지만 임시선박을 꾸준히 띄워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데 100% 민영화가 되면 누가 그 역할을 하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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