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비게이션좀 찍어줘"
와이프와 다투곤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한 두대 쥐어 터질 듯한 긴장감. 뒷자리 앉은 아들에게 부탁하자니 썩 미덥지가 않다. 모양 빠지는 구부정한 자세로 목적지 검색을 누른다. 당신의 옆자리 부장이 얼마전에 그랬듯.
볼보는 이 폼 안나는 상황의 정답을 내비게이션 속의 그녀 'T맵 아리아'에서 찾았다. 동승자의 기분엔 관심 없는 그녀. 언제나 상냥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추천 경로로 안내 하겠습니다"라고. 변함 없는 친절함. 게다가 오너 취향의 음악도 찾아 재생해준다. 똑똑하다.
말은 쉽게 했지만. 사실 볼보. 그리고 XC60은 흠 잡을 데 없는 상품성을 자랑하는 볼륨 모델이다. 동력성능은 물론 내부 소재, 스피커 심지어 기어노브까지 하나 하나 공을 들였다. 다만 한국 지형과 문화에 맞지 않은 인포테인먼트가 지적됐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단점을 해결. '빈 틈 없는' SUV로 거듭났다.

지난달 5일 볼보가 선보인 '더 뉴 XC60'은 기존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신차'의 요건을 충족하는 차가 아니다. 동력계통(엔진, 변속기)은 기존 차량과 차이가 없고, 외관의 변화는 눈을 크게 뜨고 세밀히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정도다. 이렇다할 '혁신'은 외관에선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스마트한 기능과 인공지능, 전자장비(전장)의 구성이라는 최근 트렌드를 놓고 보면 XC60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SK텔레콤과 협업한 인포테인먼트는 3G 네트워크를 통해 항상 인터넷과 연결되고, 소프트웨어들은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
여기에 더해 △티맵(Tmap) △AI 플랫폼 △누구(NUGU) △플로(FLO)를 언제,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의 사용 방법은 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차에 탑승해서 '아리아'를 부르고 △실내 온도 △내비게이션 설정 △전화 △음악 △뉴스 △스마트홈 서비스 등 원하는 것들을 말하면 알아서 척척 안내해준다.
사용하는 장소가 공사장 인근이든, 고속도로이든, 도심 한가운데의 러시아워에 있건 티맵의 그녀 '아리아'가 답답함·분통 안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라는 것.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5년 LTE 데이터 무료 △플로(FLO) 1년 이용권을 받아볼 수 있다. 여기에 차량 개폐 및 온도 설정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볼보 카스 앱'도 무료다.

사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하나만으로는 XC60의 장점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아리아가 없던 XC60에도 '아빠'들은 6개월 이상의 대기 기간을 인내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기자가 시승한 XC60은 2.0리터 엔진과 '48V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한 'XC60 B6 AWD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제원상 스펙은 최고출력 300마력(5400 rpm), 최대토크 42.8kgm(2100~4,800rp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2~6.7초가 소요된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기아의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 2.5터보(304마력, 43kgf·m)와 비슷하다.
최근 출시된 SUV 차량들이 대체로 잘 달리는 편이지만 XC60은 유독 힘 좋게 느껴진다. 단숨에 치고 달리는 급가속에서도 여유 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차체는 기민하게 반응하고, 깊게 밟으면 거친 엔진음과 함께 달린다. 달린다기 보다는 '돌진'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반면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이다. '가족'을 염두에 둔 중형 SUV인 만큼 스포츠 세단과 다른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 내는데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요철이나 장애물을 가볍게 넘어가지만 급회전에서의 출렁거림은 피할 수 없다. 치고 나가는 힘이 넘치지만 온로드에서의 가속 쾌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는 아니다.
시승기를 마친 시점에서 괜히 궁금해졌다. 볼보가 아리아를 담는데 지불한 금액은 300억원. 작년 영업이익 58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본전은 언제 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