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코스피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악재 일변도다. 통상 상반기 오르다가 후반기에 하락하는 게 증시 흐름의 특징이지만 올해는 '상저하고' 패턴이 예상되는 만큼 연초 증시는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7.52p(0.25%) 하락한 2947.37p에 시작해 1%대로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총 상위주들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발표가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고 코스피 시장에 대한 이익 신뢰도를 개선시켰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지난 7일 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금리 인상 압박과 기술주 하락 속에 일제히 하락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 투자심리도 저해됐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새해 첫 5거래일 동안 4.5% 가량 하락했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도 연일 급등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위축됐다. 전 거래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마감 무렵 작년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771%까지 치솟기도 했다.
조기 긴축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반영됐지만 지난주 매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기관 매도 압력으로 증시 부담이 커진 상태다.
12월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조기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조기 양적긴축 실행 가능성까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등으로 경기 불안심리는 커지는데 오히려 통화 정책은 매파적 사인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월에는 단기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코스피 경로가 상저하고, 전약후강 패턴이 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2월에는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한 시기로 단기 변동성 확대에 의한 되돌림 과정은 있겠지만 아직은 물러설 때"라며 "반등시 주식비중 축소, 현금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1월과 2월은 수급 부담도 크다. 연말 배당락을 지나면서 기관 프로그램 매수, 외국인 숏커버링 매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고용 회복, 병목현상 완화, 소비 여력 확대 등이 가시화 돼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안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올해 언젠가는 코스피가 글로벌, 선진국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보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당분간은 코스피의 펀더멘털 동력, 수급 변수 등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위치해 있고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한국 수출 지표는 그나마 증시 하방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주후반 주요 금융주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12월 미국 소매판매, 1월 한국의 수출 등 실물 경제와 수출 지표에 대한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 국내 증시의 하단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