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이후 세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금리를 추가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2% 중후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겠지만 미 연준의 긴축강도가 강해질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4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00%에서 1.25%로 0.25%p 인상했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수준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5개월간 세번의 금리인상이 이뤄졌으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금리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성장과 물가상황,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하고 앞으로도 경제상황에 맞춰 기준금리의 추가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 기준금리를 1.50~1.75%까지 올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언급하기 곤란하나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는 여전히 못미치고 있다"며 "우리가 추정하는 중립금리 등에 비춰보면 1.5%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안정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있겠지만 늘어난 부채의 약 75%가 고신용자이므로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부채리스크 촉발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긴 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기조적인 소비회복 흐름 등을 감안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한대로 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오미크론 확산 영향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이 무너졌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다시 8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기업들도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해 올해도 상당기간 소비자물가가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2%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이를 포함한 연간 물가상승률은 2%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올해 물가상승률이 2% 초반에 머물 것이라던 기존 전망과 비교하면 약 한 달만에 상당히 높아진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는 "2% 이상 오른 소비자물가 품목이 최근 들어 상당수 늘어났고 수요압력을 나타내는 근원품목도 2% 이상 상승한 품목이 연초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외식물가는 하방경직성이 있는데 상승세가 상당히 뚜렷하고 글로벌 공급병목에 따른 상승압력도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물가상승세를 가격에 전가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크게 늘고 있다"며 "하반기는 기저효과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Board)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은 기존 3회에서 4회까지로 확대됐으며 내년 이후로 예상했던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도 올해 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선제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며 통화정책 대응여력을 확보한 만큼 주요국 통화정책보다 국내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겠지만 연준의 긴축 강도가 강해진다면 한국은행에도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고 양적긴축까지 더해진다면 일반적을오 신흥국의 시장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하지만 신흥국과 우리의 사정은 다르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상당부분 선반영돼 건전성도 상당히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당분간 국내 경제를 우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으나 연준의 긴축 강도가 강해진다면 우리한테도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