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상장으로 약 10조2000억원의 실탄을 장전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핵심 소재 부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원재료 확보 능력이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관련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며 핵심 원재료에서 소재, 배터리까지 이어지는 밸류 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1일 독일 '벌칸 에너지'(Vulcan Energy)와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리튬 생산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받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110만대 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과 합성하기 쉬워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사용된다. 배터리의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전기차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 원재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벌칸 에너지와 장기 공급 체결 외에도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칠레 SQM과 2029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QM은 오는 2021~2029년 약 5만5000톤의 탄산리튬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정광(수산화리튬 원료)을 생산하는 해외 광산업체들과도 손을 잡았다. 브라질 업체 시그마 리튬으로부터 연 10만t 규모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호주의 라이온타운과도 2024~2028년에 리튬 정광 70만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호주 배터리 광물 제련 기업 QPM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니켈 및 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 말부터 10년 동안 매년 니켈 7000t, 코발트 7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같은해 8월에는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AM과 니켈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6년 간 니켈 7만1000t, 코발트 7000t을 공급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일부 국가에 편중된 원재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예측불가능한 공급망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경영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