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클 수밖에 없으나 국내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물가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주열 총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상당히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공급병목에 따른 원자재가격 오름세도 장기화되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경기흐름을 크게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측면에서 보면 공급측 요인에 수요측 요인도 커져 상승압력이 생각보다 크게 확대된 것이 사실"이라며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경기와 물가흐름,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감안하면 완화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0%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0%, 내년에는 2.5%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2.5%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3.5%, 하반기 2.7% 등 연간 3.1%로 지난해보다 높아지겠으나 내년에는 2.0%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883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는 올해 700억달러, 내년에는 680억달러로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2.0%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금통위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도 올해 성장세, 물가전망, 주요국 통화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름대로 기준금리를 예상할텐데 대외여건 흐름에 대한 시장의 예상과 우리의 예상이 큰 차이가 없다"며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조정하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대 물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물가를 자극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나 이번 추경은 전반적인 경기진작이 아닌 소상공인 피해지원 성격이 강하다"며 "중앙은행으로서는 높은 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정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좀 더 자극하는 건 아닌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물가오름세가 높긴 하나 수출 호조와 기조적인 소비회복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기축통화국 논쟁과 글로벌 원화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통위는 올해 물가전망에 대해 가장 큰 변수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원자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될 경우 곧바로 원자재 수급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국내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수위가 상당히 높아질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국내 생산과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주열 총재는 "국제유가가 상당폭 오르고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경기회복 등으로 물가전망을 큰 폭 상향조정했다"며 "공급병목 현상이 길어지면 상방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상방요인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오름세가 확대되면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정도가 더 확대되므로 대응 필요성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으나 통화정책은 성장, 금융안정상황 등을 같이 보기 때문에 물가만 두고 전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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