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금융 거래망에서 퇴출시키는 초강력 제재 카드를 꺼냈다. 이에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입 대금 결제와 현지 유학생들의 국제 송금이 차단될 전망이다.
2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결정으로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와의 무역 차질 발생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보안성이 높은 전산망이다. 벨기에에 본부가 있고 전세계 200여 개국 1만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했다. 퇴출시 해당 은행을 이용한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 지고, 기업들도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다.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로 인한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금융 부문의 '핵 옵션' 이라고도 불린다.
앞서 27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접근을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도 동결했다.
금융당국은 러시아의 어떤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퇴출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느 기업에 영향 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국내 수출 기업들의 국제 송금이 차단돼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무역규모는 273억 달러로 전체 교역의 2.2% 수준이다.
러시아 은행의 규제 대상 범위 역시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존 규제 대상 은행 이상으로 범위가 확돼될 수 있어서다. 스위프트 퇴출의 적용 시점 역시 불분명하다.
금융감독원 측은 "스위프트가 실행되면 1차적으로 러시아와 수출입 거래가 있는 기업들이 대금결제를 하지 못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또 유학생 등 러시아에 당장 돈을 보내야 하는 일반 금융 소비자들도 거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동결로 인한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06억 달러로 세계 5위 수준이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에 예치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권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1490억 달러 규모다. 국내 금융회사의 대(對) 러시아 익스포져는 14억7000만 달러로 전체의 0.4%에 불과한 수치다.